지난해 11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 등을 사후에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29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 대한 재상고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은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라며 "환송 후 원심이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허위공문서작성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7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황 보고를 받은 시각 등에 대해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등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서면을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수사 결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던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한 시점은 오전 10시 19∼20분께였고, 김장수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첫 전화 보고를 한 시각은 오전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께 서면 보고서를 받고 오전 10시 15분께 김장수 전 실장과 통화하면서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앞서 1·2심은 김 전 실장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장수 전 실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전 실장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내용엔 사실확인 부분과 의견 부분이 혼재돼 있다"며 "사실관계를 밝힌 부분은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 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총 보고 횟수, 시간, 방식 등 객관적 보고 내역에 부합하기 때문에 사실에 반하는 허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서면 답변 내용 중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결국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사실확인에 관한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이 국조특위에서 증인으로 선서하고 증언한 답변과 같은 내용으로 답변서를 작성한 만큼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 같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지난해 11월 김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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