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탄소중립 활용해 수소 밸류체인 확보…GS건설은 사업다각화

효성하이드로젠·GS건설 좌담회
前 원자력학회장 정동욱 중앙대 교수 사회
"CFE 도입 후 등급제 만들어 달성수준 검증해야"

편집자주정부는 2050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충당하는 RE100보다는 원자력, 수소 등을 포함한 무탄소전원 모두를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는 CFE 캠페인이 한국 실정에 맞다고 본다.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함께 2023년 대한민국 기업 에너지 비즈니스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왼쪽부터 시계방향),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왼쪽부터 시계방향),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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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 비즈니스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왼쪽부터 시계방향),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왼쪽부터 시계방향),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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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 교수> 효성 은 연말 액화수소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르다.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일찌감치 구축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손 상무> 효성중공업 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충전설비 사업을 영위해왔다. 2008년께 현대자동차가 효성중공업에 협업을 요청했다. 이때부터 수소 충전소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충전소가 130개가량 설치돼 있다. 이후 자연스럽게 기체수소 설비 충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면서 수소를 매개로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생산 기업) 독일 린데와 연결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참여한다는 측면도 있었다. 이미 효성화학이 기체수소를 생산하는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수소 충전소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충전소가 130개 소가량 설치돼 있다. 이후 자연스럽게 기체수소 설비 충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면서 수소를 매개로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생산 기업) 독일 린데와 연이 닿았다.


<정 교수> 효성그룹 내 화학 생산플랜트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였나.


<손 상무> 그렇다. 울산시와 함께 부생수소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연계해서 액화수소 사업을 하게 됐다.

<정 교수> 15년 전부터 사업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현재 국내 충전소가 132개소인데 모두 효성이 공급하나.


<손 상무> 효성이 다 하는 것은 아니고 37개소에 공급한다. 시장 점유율 1위다. 25~30%가량 된다.


<정 교수> 충전은 물론 저장 관련 사업도 하고 있나.


<손 상무> 그렇다. 제조 공장에서 액화수소를 만들면 운송 트레일러로 옮긴다. 충전 설비 사업도 한다.


<정 교수> 기체를 액화하기 위해 수소 제조 공정 하나를 새롭게 개발한 것인가.


<손 상무> 맞다.


<정 교수> (효성이 신공정을) 개발해서 수소 밸류체인을 넓혀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S건설도 최근 수소생산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이 상무> GS건설 대표 사업 중 하나가 플랜트(공장) 건설 사업이다. 가스, 석유화학, 정유공장 사업, 소각장 및 발전소 사업 등을 영위한다. GS건설은 오일&가스 플랜트 사업과 친숙하다. 2050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2010년대 후반부터 내부적으로 관심을 갖다가 작년 미래기술연구원을 세웠다. 현재 그곳에서 300명 정도 일하고 있다. 연구원 안에는 다양한 미래 사업 관련 연구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수소생산 관련 연구를 한다. 수소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중 생산 및 운송에 초점을 뒀다. 분리막 기술 연구, 장치기술 평가, 수전해 기술 자체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암모니아 운송 및 액화운송 기술 연구한다.


<정 교수> 석유정제 사업을 기초로 하고 수소생산에 이를 접목하는 방식인가.


<이 상무> 현재의 오일, 가스 관련 사업은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있어 새로운 무탄소 에너지원인 수소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 교수> 수소 사업으로 가더라도 케미컬(화학) 사업과도 유사성 있으니 (활용할 수 있겠다).


<이 상무> 그렇다. (수소) 엔지니어링 과정도 친숙했다.


<정 교수> 수소관련 사업 검토하는 것을 좀 더 얘기해 달라.


<이 상무> 첫째가 수전해 기술 생산, 둘째가 운송이다. 석유화학 사업과 친숙하다보니 수소를 암모니아화, 액화해 운송하는 사업을 하게 됐다.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가능했다). 운송기술은 공기업과 함께 국책 연구 중이다. 소형모듈원전(SMR) 사업과 수전해 사업, 담수 사업 세 가지를 '패키지'로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다 (경상북도) 울진군과 (원자력 청정수소 육성 업무협약을) 맺었던 것이다. 해외에서는 신재생과 연계해 수소생산 사업을 개발할 생각도 하고 있다.


<정 교수> 블루수소를 만드는 계획인가.


<이 상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린수소 생산 개발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정 교수> 효성은 충전과 저장, 유통. GS는 생산이 주 관심영역이다. 기업 간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다.


<손 상무> 효성은 수소액화, 유통, 충전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부생수소를 이용하나 국내 자체 수소 생산 기술이 있으면 좋다.


<정 교수> 지금은 두 회사 사업영역이 약간 다르지만 비즈니스 내용이 흥미롭다. GS건설은 울진군 청정 수소 플랜트 건설 MOU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 상무> 청정 수소 생산은 신한을 1, 2호기의 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개발 중인 iSMR(혁신형 SMR)을 수출하려면 국내 실증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협의 끝에 울진 원자력 수소 산업단지에 해보자고 얘기가 돼서 울진군과 작년 10월 MOU를 맺었다. 울진 원자력 수소 산단 내 2기의 iSMR을 설치하고 연 3만t 수소생산 시설 및 700만t 담수 공장을 함께 짓자고 제안했다. 현재 GS건설은 일 10만t 규모 담수 공장을 대산에 짓고 있다.


<정 교수> 대산이면 서해안을 말하는 건가.


<이 상무> 그렇다. 담수화 기술은 스페인 자회사 GS이니마가 담당하고 있다. GS이니마 기술을 활용해 울진 원자력 수소 산단에 담수공장을 설치하고 iSMR 2기와 수전해, 담수 사업을 동시에 한다.


<정 교수> 단순 수소뿐 아니라 담수까지 한다고.


<이 상무> 그렇다. 예를 들어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에 (SMR을) 수출하려면 담수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전해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도 물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담수, 수전해, SMR 3개 사업을 패키지로 진행하게 됐다.


<정 교수>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인데.


<이 상무> 그렇다. 물 부족 국가에서도 문제없이 수소를 생산해 쓸 수 있도록 탄소중립 관련 사업을 한국수력원자력에 제안했다.


<정 교수> 효성중공업도 울진군과 원자력 청정수소 육성 MOU를 맺었다. GS건설과 함께 맺었나.


<손 상무, 이 상무> 따로 체결했다.


<정 교수> 효성-울진 MOU는 무엇에 초점을 맞췄나.


<손 상무> 울진군은 기존 원자력발전소에서 수소 실증생산을 하려 했다. SMR로 청정수소 공장 생산을 할 계획도 세웠다. 효성중공업의 장점, 역량을 활용해 (울진에서) 수소가 나오면 운송을 위해 액화를 할 수 있다. 액화 플랜트, 운송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정 교수> 울진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수소사업을 하려면 어떻게 액화, 저장, 수송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효성은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MOU를 맺었다는 의미인가.


<손 상무> 그렇다.


<정 교수> SMR을 이용한 전기 생산은 좀 기다려야 하니 기존 원자력 발전소 전기 발전을 활용한다는 이야기인가.


<손 상무> 그렇다.


<이 상무> iSMR은 개발하는 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테니 그 전에 먼저 (사업을 하려면) 대형 원전 전기로 해야 할 것이다.


<정 교수> 수소 생산은 GS가 하다가 저장, 운송, 충전은 효성이 하면 되겠다.


<이 상무> 효성과 협업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 같다.


<정 교수> iSMR 사업을 (함께) 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 미국은 나인마일 포인트(Nine Mile Point) 원전, 팔로 버디(Palo Verde) 원전 등에서 파일럿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 효성그룹은 2027년까지 수소 충전소 운영(효성중공업)-액화수소 생산공급(효성중공업)-부생수소 생산공급(효성화학)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업계에 미칠 영향은.


<손 상무> 장기적인 미래 계획은 그렇다. 현재는 1만t 규모 액화수소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정 교수> 원료는 부생수소인가.


<손 상무> 부생수소를 원료로 하고 이를 액화하는 사업이다. 액화수소 사업 과정에서 독일 기업 린데와 합작한다.


<정 교수> 현재는 1만t이고 2027년까지 4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이야기인가.


<손 상무> 그렇다. 수소시장이 그만큼 커져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정 교수> 계획대로 생산 용량을 4배 늘릴 경우 생산된 수소를 소화할 시장은 무엇이라고 보나.


<손 상무> 처음 액화수소 사업을 시작할 때는 ESG경영, 부생수소 부가가치를 높이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2019년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는 수소차 보급 계획이 들어 있다. 이 수소차 보급 계획 등이 사업 동기부여를 높였다. (효성중공업의 주요 아이템은) 생산, 충전소기 때문에 타깃(목표)은 모빌리티, 차량용 시장으로 잡았다. 다만 (수소) 차량용 시장이 생각보다 더디게 성장 중이어서 향후 차량용 시장 규모 확대 추이를 지켜보며 (수소) 생산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정 교수>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수소 사용이 늘어야 한다.


<손 상무, 이 상무> 수소 시장이 빨리 커야 한다.


<정 교수> 효성은 지금 그레이수소 사업을 한다. 한국 수소시장 성장 속도를 봐야겠지만 결국 블루, 그린수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블루수소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나.


<손 상무> 현재 블루수소 사업은 검토 단계다. 블루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탄소 포집(capture)을 해야 한다. 활용(utilization)과 저장(storage)도 필요하다. 아직은 검토 단계다. 수소사업은 탄소중립이라는 분명한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사업 현장에 도입하려면 재무성과 등 시장성을 좀 더 검증해야 하는 단계다.


<정 교수> 기자들 만나면 내가 늘 그런다. (기업들이) 기술이 없어서 (수소사업을) 못하는 게 아니라고. 블루수소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그린수소는 원자력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이 필수다. 원자력 전기는 울진에서 쓰면 되고, 장기적으로는 해상풍력 전기를 활용할 계획이 있나.


<손 상무> 풍력 산업에 재진입하기 위해 풍력설비 인증을 받고 있다. 과거 6㎿(메가와트) 해상풍력 터빈 생산한 적이 있다. (현재) 재진입하려 한다. 신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과 관련해 효성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송·배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전력계통 기자재 사업을 한다. 최근 호주 시장이 열리고 있다. 호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 전력 기자재 수요가 높아 (진출) 기회가 열려 있다.


<정 교수> GS건설은 수소 관련 인프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소 외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 사업을 할 계획은 있나.


<이 상무> 아무래도 건설회사다 보니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전통사업 외연을 확장한 사례로는 목조 모듈러 주택 개발 사업을 들 수 있다.


<정 교수> 건물 에너지 절감 사업인가.


<이 상무> 그렇다. 콘크리트 대신 목조를 쓰면 탄소저감 효과가 있다 보니 목조 주택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정 교수> 나무가 단열 효과는 좋지만 비싸서 문제다. 앞으로 주택 건설 관련 탄소중립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인가.


<이 상무> 그렇다. 광물 탄산화 기법(CO2 주입) 콘크리트(PC·Precast Concrete)를 미리 제작해서 쓰면 (주택에 들어가는) 시멘트 양을 4~5% 줄일 수 있다. CO2를 주입해 시멘트 양을 줄여 이산화탄소 방출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PC 강도도 5%가량 향상된다. 이런 기술을 개발한 것은 GS건설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충청북도) 음성군에 공장을 지어서 작년부터 시판 중이다.


<정 교수> PC를 활용하면 양생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인가.


<이 상무> 그렇다. GS건설은 넷제로 시티, 넷제로 빌딩 관련 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또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정 교수> 예를 들면.


<이 상무> 한국뿐 아니라 인도 리뉴파워사와 함께 300㎿급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호주에도 투자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남해 해상풍력 관련 업체들과 합작법인(SP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원전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와 풍력에너지는 GS건설 무탄소 사업의 큰 축이다. 한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연료전지 개발사업 투자도 하고 있다.


<정 교수> 건설 사업과 연료전지를 연결하기가 힘든데.


<이 상무> 건설 영역을 벗어나 탄소중립과 관련 있는 사업을 적극 영위하고 있다. ESG경영 방침에도, 탄소중립 트렌드에도 맞는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사업과 SMR 개발 관련 투자를 하고 있다.


<정 교수> 상당히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상무> 또 담수회사(GS이니마)를 소유하고 있지 않나. 담수에는 역삼투압(RO) 시스템을 쓰고자 하는데, RO 시스템에는 펌프에 전기가 많이 들어간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담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정 교수> 담수화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이 상무> 그렇다. 오는 9월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GS건설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옛 에네르마)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에너지머티리얼즈 포항 공장에서 9월부터 시운전을 할 예정이다.


<정 교수> GS건설이 탄소중립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는데.


<이 상무> (필요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을 연구중이다.


<정 교수> 너무 많은 기술을 언급한 것 아닌가. 다 할 수 있나.


<이 상무> 저희 미래 기술연구원이 있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 교수> GS건설 미래연구원의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되나. 미래연구원은 어디에 있나.


<이 상무> 그렇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GS건설 본사 사옥 '그랑서울'과 같이 있다. 오는 10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로 이사간다. 필요시 계속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정 교수> GS건설 탄소중립 신규 사업에서 갖는 강점과 보완할 점을 말해 달라.


<이 상무> 물론 보완점도 있다. 과거 건설사들은 단순 하도급에 초점을 맞춰왔다. 정해진 발주량을 수주해 이행하는 단순한 구조였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인건비, 제반 비용이 상승하면서 사업 영역이 달라졌다. 과거 모델은 경쟁력을 다소 잃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GS건설은 '금융'을 (기존) 사업에 입혀야 선진국형 개발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금융 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괜찮은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고객도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형 사업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 교수> 개발형 사업으로 바꾸고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금융(파이낸셜) 사업도 겸하는 사업 구조, 사업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뜻인가.


<이 상무> '프로젝트 엔지니어링'과 '파이낸스 엔지니어링'이 만나 시너지를 내면 저개발국가 등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고 크게 환영받을 수 있다. 이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려면 사람을 길러야 한다. 건설 엔지니어와 금융 엔지니어 모두 육성해야 한다.


<정 교수> 지향하는 기업모델이 있다면.


<이 상무> 종합상사형 모델로 보면 된다. 건설사가 종합상사를 사업 모델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탄소중립 비즈니스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왼쪽부터 시계방향),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종화 GS건설 ECO사업부문 신재생개발 및 원자력사업 담당 상무(왼쪽부터 시계방향), 손순근 효성하이드로젠 상무,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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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효성 입장에서 탄소중립은 기회로도, 어려움으로도 다가올 수 있다.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은 각각 어떤 것이 있나.


<손 상무> 스코프3 등 공시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보고서 안에 기후변화 대응 항목을 넣어야 한다. 이행 요건도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룹 전체 탄소 공시 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수소사업 측면에서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그린수소 1kg당 생산원가는 약 1만5000원이다. 10달러가 넘는다. 시장(수요기업)이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코프3 공시 체계가 확산되고 탄소국경세가 늘면 오히려 (수요기업이 비싼 그린수소를 쓸) 동인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 다만 호주, 유럽, 한국 그린수소 생산 원가 차이가 엄청나다. 차이가 크게 벌어진 배경은 전기요금이다. 해외 수소 생산 원가가 kg당 2달러, 3달러 수준이다. 이들은 수소생산에 쓰는 전기요금은 '제로'에 가깝다.


<정 교수> 어떻게 무료에 가까운 전기요금이 가능한가? 보조금으로 해결하나.


<손 상무> 재생에너지 약점은 간헐성(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 능력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잉여 전력을 쓰면 송·배전망에서 다 받아줄 수가 없다. 생산을 중단시켜야 한다.


<정 교수> 반대로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잉여 전력을 쓰니 전기요금이 낮아 그린수소 경쟁력이 높다는 뜻인가.


<손 상무> 그럴 수 있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 탄소세 같은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 (수요기업이 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나니 다소 비싸더라도 그린수소 수요가 늘어나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정 교수> 기회 요인은 앞으로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배출 비용이 증가하면 그린수소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인가.


<손 상무> 그렇다.


<정 교수> 효성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발간하고 탄소감축 노력도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손 상무> 우선 제조 공장에서 열을 많이 사용한다. 이제까지는 주로 엔진을 쓰거나 외부 열원을 사서 공장에 공급했다. 지금은 공장 폐열(다 쓰고 난 열) 쓰레기 소각장 폐열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 교수> 과거엔 화석 연료를 공급했다면 지금은 폐열로 해결해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는 말인가.


<손 상무> 그렇다. 효성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제품'도 만들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리사이클링 섬유제품 '리젠'을 만든다. 글로벌 기업은 리사이클링 원사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하고 있다. 해당 구매 활동을 늘릴수록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 탄소중립 실현 차원에서 리사이클링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판다는 의미인가.


<손 상무> 그렇게 만든 제품이 브랜드가 된다.


<정 교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손 상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산업계 감축 목표치가 2018년 대비 11.4%다. 산업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배출량을 (11.4%로) 낮추지 못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야 한다. 결국 모두 비용이다.


<정 교수> GS건설이 탄소배출량 조절 과정에서 어려운 점,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 상무> 2026년 1월부터 유럽이 탄소세 관련 제도를 시행한다. 미국도 비슷한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산업 국가이자 수출 중심 국가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보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전원 발전량 비중이 상당히 낮은 나라기도 하다. 거꾸로 보면 GS건설처럼 탄소중립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한국에서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


<정 교수> 한국이 무탄소전원 발전량이 상당히 적은 국가라 탄소중립 정책이 오히려 기업에 더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이 상무> 그렇다. 2050탄소중립, 2030년 NDC 이행계획을 선포한 국가기 때문에 탄소중립 분야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본다. GS건설은 태양광, 풍력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과 직접 거래하거나 REC 구매를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나 무탄소 에너지 분야 투자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정 교수> 기업활동, 건설사업을 하다 보면 탄소배출량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고장력 PC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도 했는데.


<이 상무> GS건설 연 배출량이 22만5000t이다. 25만t 이상이면 탄소배출권 의무거래 대상자가 된다. GS건설 배출량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탄소배출량 감축이 GS건설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는 건설 과정에서 디젤을 쓰는 중장비 등을 사용하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디젤이 아니라 수소로 가동되는 중장비로 바꿔야 한다. 전기차, 전기 지게차로 바꿔나가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콘크리트 관련 신기술을 계속 개발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여지가 있다.


<정 교수> 기업활동 중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연 23만t 수준보다 더 줄이겠다는 말인가.


<이 상무> 참고로 연 22만5000t은 스코프3를 포함한 값이다.


<정 교수> 정부가 CFE포럼을 출범했다. 혹자는 CFE를 RE100과 경쟁하는 구도로 보는데 무탄소 에너지이니 CFE는 RE100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업활동에 CFE포럼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나.


<손 상무> 그렇다. 해외 업체들로부터 RE100 준수계획을 내라고 요청받는다. CFE에는 원자력, 연료전지가 포함된다. 한국은 원자력 강국이니 RE100보다는 CFE로 전환되는 것이 한국 기업이 수출 과정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어려움은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 교수> RE100처럼 CFE가 국제 통용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인가.


<손 상무> 그렇다. 효성은 소재 수출을 많이 한다. CFE가 확대되면 원가 경쟁력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CFE는 연료전지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해준다. 지금은 연료전지 사업에서 대부분 부생수소나 LNG 개질수소를 쓴다.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블루수소나 그린수소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 원자력이 확대될 경우 원자력을 이용해 만든 '핑크수소' 생산량도 늘 것이다. 공급이 늘면 수요 창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


<정 교수> 전해질 개발 기술이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손 상무> 그렇다.


<정 교수> GS건설에 의뢰하면 되겠다.


<손 상무, 이 상무> (웃음)


<정 교수> CCUS 기술을 적용한 LNG 발전 전력도 CFE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효성중공업에는 플러스(+) 아닌가.


<손 상무> LNG에서 만드는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한다면 그린수소로 인정 받을 것이다.


<정 교수> 탄소를 조금이라도 포집할 역량을 갖추면 수소 사업을 할 때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손 상무> 그렇다.


<이 상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점점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CFE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관건은 CFE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느냐는 점이다. (주도 기관이) 민간이든 국제기관이든 국제적으로 서로 인정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정 교수> 정부가 상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무> 그렇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해외 민간단체와 협력해 CFE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40% CFE, 100% CFE처럼 달성 수준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작업도 필요하다. 특히 국내 CFE 달성 실적을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 ETS)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CFE 등급에 따라 탄소세를 덜 낼 수만 있다면 CFE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정 교수> CFE가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체계가 돼야 하고 정부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체계로 운영돼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 과정에서 등급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 상무> 그렇다.


<정 교수> 수출 과정에서 해외 경쟁 기업이 탄소배출량은 적고 가격경쟁력은 높은 제품을 만들면 한국 기업으로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손 상무> '전환 리스크'라는 용어를 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고객사가 탄소 감축 관련 친환경 인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신규 입찰 참여 자격을 안 주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수주 기회를 박탈하는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 해외 고객사 요구 사항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 교수> 전환 리스크를 줄이는 데 CFE가 도움이 될 수 있나.


<손 상무> 도움이 될 것이다.


<정 교수> GS건설에도 CFE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상무> 그렇다.


<정 교수> 탄소중립 추진 관련 당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상무>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대의명분과 경제성이 상충할 수 있다. 기업은 이런 상충관계 속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렇게 상충하는 부분을 완화(easy)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상충하는 부분을 다소 완화해줬다. 유럽도 핵심원자재법(CRMA) 등 미국 IRA 비슷한 제도를 만들었다. 한국은 그런 장치가 제도적, 법적 장치가 아직 없다.


<정 교수> 시행 프로그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상무> 대기업 특혜 시비를 떠나 미국, 유럽, 심지어 중국에도 비슷한 지원정책이 마련돼 있다. (대의명분과 경제성)이 부딪힐 때 기업 혼자 부담을 안고 가다 보면 해외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금융, 세제 지원 등 정부가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외국 사례와 비슷한 지원제도를 만들면 탄소중립을 이해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정 교수> 탄소중립은 명분과 실리의 균형을 취해야 하는 것이 맞다. 기업 입장에서는 명분과 실리 중 실리를 중요하게 보지 않을 수 없겠다.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금융, 세제 지원 등 정부가 기업 경쟁력 보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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