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괴담'인가 정당한 우려인가? 국내에선 정치권ㆍ학계ㆍ시민 사회간 논란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유수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가 최근 과학이 본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주제의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의 '괴담'이라는 주장과 달리 반대 편의 논리와 우려를 그대로 전했다.
네이처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후쿠시마 폐수(wastewater)의 방류는 안전한가? 과학이 말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부제목으로 "폐수에 포함된 방사선은 거의 자연 방사선 수준으로 희석되겠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위험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본문에선 일본 정부의 올해 여름 이후 방출 계획과 오염수 발생 원인, 그동안의 처리 과정 등을 소개한 후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전했다. 짐 스미스 영국 포츠머스대 환경과학교수는 찬성 입장이었다. 그는 "(오염수 방류가)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게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은 아마 무시해도 될 정도"라며 "(후쿠시마에서) 가장 가까운 태평양의 섬이 2000km 밖에 떨어져 있으며, 오히려 지진이나 태풍 때문에 현재의 탱크에 그대로 보관함으로써 생기는 위험성이 더 크고 공간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네이처는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면서 한국의 입장을 가장 먼저 적었다.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이 오염수 방류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악영향을 해양 환경에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해 왔다. 특히 한국은 지난 5월 조사단을 후쿠시마 원전에 파견했다. 지난해엔 미국 국립해양연구소협회(NAML)가 일본 정부의 안전성 판단에 확신을 가질 만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필리핀 정부도 일본에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 해양생물학 교수는 "다핵종처리시설(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바다나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노우(No)'"라며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제공한 모든 데이터를 검증해 봤고 후쿠시마 원전도 방문했지만 삼중수소나 탄소-14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치몬드 교수는 호주, 피지, 파푸아뉴기니,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 도서 포럼 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위험성을 분석하기 위해 활동해 왔다.
네이처는 이어 삼중수소의 인체 유해 여부에 대한 찬반 양론도 전했다. 삼중수소는 베타(β)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인간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오염수를 처리해 희석한 후 1ℓ당 1500베크렐(bq) 수준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을 방출할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의 7분의1에 불과하다며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가 배출되는 지점의 반경 3km 내부에서는 어업이 금지돼 있으므로 인체 섭취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반면 리치몬드 교수는 "베타선에 의해 오염된 물질이 체내에 들어갈 경우 인체 내부 세포가 피폭될 수 있다"며 해양 생태계 속에서 먹이 사슬을 통해 축적된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오토사카 시게요시 도쿄대 대기해양연구소 연구원도 "유기물질과 결합한 삼중수소는 물고기나 해양 유기물에 축적될 수 있다"면서 "국제적으로 해양 생물에서의 방사선 핵종 축적 가능성, 원전 사고에 따라 오염수가 배출된 후 후쿠시마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사선 핵종들이 해양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쿄전력 측은 무해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LPS 처리수가 포함된 바닷물에 어류를 키워 본 결과 체내 삼중수소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어 일상적인 수준을 보였다. 또 이 어류들을 일반 바닷물에 방사했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삼중수소 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네이처는 기존 원전도 매년 운전 과정에서 일정량의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일정 양이 더해지더라도 문제가 없으며, 지속적인 오염수 양식을 통해 유해성 여부를 검증할 것이라는 도쿄 전력의 입장을 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달 말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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