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포디움에서 '2023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총재가 이끄는 변화가 계속되려면 한국은행에 계셔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한국은행 타운홀미팅)
최근 한국은행 내부가 때아닌 '이창용 총재 부총리설'로 술렁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해 2026년 4월까지 임기를 3년 가까이 남기고 있지만, 내년 4월 총선 출마 예정인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조만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어서 이 총재의 차기 부총리설이 급부상한 것이다. 하마평이 안팎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 총재는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기대 어린 시선으로 윤석열 정부의 차기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은 내부 행사인 '타운홀미팅'에서는 한 직원이 이 총재에게 직접 부총리설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같이 이 총재가 하마평에 거론된 이유는 전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통화정책을 비교적 순탄하게 이끈 데다 국내 주요 이슈 발생 시 정부정책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기금(IMF) 등을 거치며 쌓은 국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또한 위기 대응 시 빛을 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총재의 관심사가 통화정책에만 머물러있지 않으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앞으로 5~10년 안에 노후 빈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연금, 노동 등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연신 강조했다. 그는 구조개혁을 미룬 채 재정·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일 물가설명회에서는 추 부총리의 "라면값,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는 발언에 대해 "정치적 말씀으로 해석한다"며 물가관리에 있어 정부의 과잉 개입에 대한 위험을 환기시키는 등 소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내부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나치게 조용해 '한은사(寺)'라는 별칭을 갖게 된 한은도 이 총재 부임을 계기로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역임했는데 이 총재의 국제기구 경험과 커리어를 봤을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지 않냐"며 "총재의 부총리행은 한은 위상 강화 차원에서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이제 막 탄력받은 이창용발 변화가 다시 퇴보할 수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속내를 전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총재의 능력을 고려했을 때 총재 임기가 남은 만큼 차기 경제부총리를 노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23일 대통령실·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일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며, 다음 주 차관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금융업계는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 정부가 차관 교체를 시작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정운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상당수 인사들에 대해 인사검증에 돌입하면서 교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 부총리의 경우 사퇴 시점이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시점인 연말께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추 부총리는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둔 재선 국회의원으로, 내년 총선에서 '3선 고지'에 도전할 예정이다. 다만 추 부총리의 국무총리설도 급부상하고 있어 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 차기 부총리에는 최상목 경제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그 자리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물망에 올라있다. 최근 김 부위원장이 가족회사 주식 209억원어치를 백지신탁 하면서 이같은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위 부위원장에는 기재부 국장 출신인 김병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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