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중에서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의과대학 졸업자 수가 두드러지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의료 인력에 비해 의료 이용자는 많아, 의사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OECD 회원국 인구 십만명 당 의대 졸업생 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한의대 포함) 2006년 8.99명에서 2007년 8.94명, 2008년 9.08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09년 8.99명, 2010년 8.13명, 2011년 7.87명, 2012년 7.95명, 2013년 7.74명, 2014년 7.79명, 2015년 7.57명, 2016년 7.59명, 2017년 7.59명, 2018년 7.48명, 2019년 7.39명, 2020년 7.22명 등으로 대체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한국이 의대 정원을 꽁꽁 묶은 2006년과 비교해서 2020년(또는 2019년)에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8.99명→7.22명)과 오스트리아(18.98명→14.44명), 그리스(14.84명→13.51명), 아이슬란드(13.17명→11.37명) 4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이 의대 정원을 동결한 2006년 이후부터 2020년(또는 2019년)까지 OECD 36개 회원국(룩셈부르크 제외)의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의료 수요 대비 의료진이 적은 편이다.
2022년 7월 초에 나온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2'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4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평균(3.7)보다는 1.3명 적다.
의학 계열 졸업자 역시 인구 10만명당 7.22명으로 일본(6.94명)과 이스라엘(6.93명) 다음으로 적었다.
하지만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OECD 평균(5.9회)의 2.5배 높은 수준이었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 일수는 19.1일로 OECD 평균(8.3일)보다 열흘 이상 길고, 회원국 중에서는 일본(28.3일) 다음이었다.
의료 인력은 적은데 의료 이용은 많다 보니 의사 소득은 가장 높은 편이었다.
전문의 중 봉직의 임금 소득은 연간 19만5463 US달러, 개원의는 연간 30만3000 달러로 봉직의·개원의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한국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고정돼 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청으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10% 줄인 결과다.
국내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커져 왔다. 의사 공급은 그대로인데 고령화 추세에다 만성질환 발생은 늘면서 의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양상이 불거지면서 필수의료 부문에서의 위기감은 심화하고 있다.
앞서 정부와 의협은 진통 끝에 지난 8일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 이에 2025년 입시에서부터 증원된 정원이 반영될 예정으로, 앞으로 쟁점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다.
다만 정부와 의사단체는 증원폭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등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1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증원 등 이슈를 놓고 얼굴을 맞댔지만, 의협은 '파멸', '파탄' 같은 강한 단어를 사용하며 정원 확대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복지부는 의사단체 외 다른 주체로 논의 테이블을 넓힐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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