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던 비트코인 가격과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 간에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발생한 악재 탓에 디커플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15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보다 0.56% 오른 2만6975달러(약 3454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62.45% 오른 수치다. 지난 1월1일 1만6605달러를 기록한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히 올라 4월18일 3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3만달러를 웃돈 시점을 기점으로 우하향하면서 2만60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과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던 나스닥 지수도 연초 대비 30%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93.25포인트(0.68%) 밀린 1만3689.57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1만386.99와 비교하면 31.80% 상승한 수치다. 지난 3월 전달 상승분을 반납하기도 했지만 지수는 우상향하면서 비트코인 가격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앞서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 지수는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특히 지난해에 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가상자산 시장에도 '크립토윈터'가 찾아오면서 0.90 이상이라는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계수가 1에 근접하기도 했다. 계수의 절댓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양의 상관계수는 각기 다른 자산이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나스닥 지수는 연초 1만5832.80에 출발해 연말에는 1만466.48까지 내렸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도 4만6300달러대에서 1만6600달러대까지 추락하면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해 3월 낙폭을 회복한 후 하락하다 8월 상승세를 탄 것도 동일했다.
비트코인은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헤지 수단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한편,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는 상황에서 달러·금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가치가 높아지고 비트코인이 점차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 지수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포착됐다.
동조화 현상을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 지수 간의 관계가 깨진 것은 가상자산 시장 내부에서 악재가 터지면서 코인시장에 침체가 찾아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탈동조화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이후부터다. FTX가 파산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반면, 나스닥 지수는 소폭 상승하거나 보합권을 기록해 탈동조화 현상이 감지됐다. 다만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해 코인시장 내부 악재가 발생했고, 해당 기간 나스닥 지수도 약세를 보이면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들어선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 지수가 동반 상승해 동조화가 포착됐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유럽연합(EU) 등이 올해 4월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규제를 가하면서 탈동조화가 나타났다. SEC와 CFTC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SEC는 총 19종의 특정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 의회는 지난 4월20일(현지시간) 가상자산의 범위와 유형을 구분하고 투자자 보호 등을 담은 가상자산 규제 패키지 '미카(MiCA)' 법안을 통과시켰다. 3만달러대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만7000달러대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 규제 이슈가 2분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SEC가 중심에 있다"라며 "SEC 규제 영향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규제가 약해지거나 가상자산의 증권성 문제 등이 해소되기 전까진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 지수 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