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가 보물로 관리된다. 문화재청은 국립고궁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고려대학교가 공동 관리하는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과 성균관대학교에 있는 '근묵', 울산박물관에 있는 '아미타여래구존도',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0일 전했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조선이 건국한 1392년부터 일제에 강제 병합된 1910년까지 각종 의례에 사용된 인장·문서다. 어보는 국왕·왕비·세자 등을 책봉하거나 이들의 덕을 기리는 칭호 등을 올릴 때 만든 금·옥·은 재질의 인장, 어책은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의미·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신분에 따라 옥책, 죽책, 금책으로 구별된다. 교명은 모색 비단에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쳐주는 글을 담은 훈유문서(訓諭文書)다.
어보·어책·교명은 궁궐에서 보관되다 주인이 죽고 나면 종묘 신실에 봉안됐다. 문화재청 측은 "신실 중앙에 신주장을 둬 신주를 봉안하고, 양쪽으로 보장과 책장을 둬 어보·어책·교명을 모셨다"고 설명했다. 보물로 지정된 대상은 어보 318점, 어책 290첩, 교명 29축 등 모두 637점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되거나 국왕이 되지 못한 왕세자, 국왕을 낳은 후궁 등 종묘에 봉안되지 못한 인물들의 것은 제외됐다.
문화재청이 가장 주목한 가치는 조선 왕실 의례의 통시성과 역사성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왕실 문화를 상징한다고 봤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조선왕실의궤 등 관련 문헌으로 의물의 제작자, 재료, 도구 등이 확인돼 학술 가치 또한 높다고 판단했다. 어보·어책·교명은 조형 예술품의 백미이기도 하다. 제술관이 지은 문장을 서사관이 써서 당대 최고 장인이 만들었다. 조선왕조 통치 이념인 유교 덕목이 함축적으로 담긴데다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근묵'은 저명한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였던 오세창(1864∼1953)이 여든 살에 엮은 서첩이다. 정몽주(1337∼1392), 이도영(1884~1933) 등 1136명의 필적이 담겨있다. 시대적 분포가 고려 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고, 쓴 사람의 신분도 왕, 중인, 승려 등으로 다양하다. 역대 명필들의 필적이 빠짐없이 수록돼 각 시기에 유행한 서풍과 변천 양상이 확인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존하는 서첩 가운데 양과 질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울산박물관에 있는 '아미타여래구존도'는 1565년 제작된 채색 불화다. 현존하는 조선 전기 아미타여래구존도 여섯 점 가운데 유일하게 제작 연도가 확인된다. 바탕인 삼베에는 고려 후기 불화처럼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팔대보살이 좌우 대칭된 모습으로 그려졌다. 주존을 중심으로 보살을 에워싼 배치, 문양을 배제한 색 중심의 채색 등 조선 전기 불화 요소도 반영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려 후기와 조선 전기 불화의 형식·양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계찬, 인계, 영언 등 조각승 일곱 명이 1657년 완성해 동화사 대웅전에 봉안한 삼불상이다. 탁자 형태의 수미단 위에 석가여래 본존과 약사여래, 아미타여래가 모셔져 있다. 조성 발원문에 조성연대와 제작자는 물론 제작에 필요한 시주물목까지 기술돼 학술 가치가 풍부하다고 평가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각 불상의 대좌 상판에도 대동소이한 조성기가 묵서로 기록돼 조성기 내용과 교차 검토할 수 있다"며 "원래 봉안한 장소에서 온전히 전해져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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