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하반기 건강보험 계획 발표…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 강화할까

보건복지부가 오는 하반기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하는 가운데 경증 질환은 선별 보장하고 중증·필수의료의 보장성은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쓰여야 할 곳에 과감히 쓰되 줄여야 할 곳엔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최병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전 정부 때 수립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인 이른바 ‘문케어’에선 40조원을 들여 보장률 70%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2021년 기준 64.5%에 그쳤다”며 “이마저도 상급종합병원의 선택진료비·상급병실·MRI 등 고가진단에만 급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이번 종합계획에서는 건강보험 본연의 목적에 맞는 중증·필수의료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10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100% 급여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최병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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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민이 원하는 건보 개혁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보건의료분야 싱크탱크인 미래건강네트워크는 이날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월 전국 만 19~65세 50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경증 질환보다 중증 질환 중심으로 필수의료 보장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응답자의 85%(매우 동의 21%, 동의 64%)가 동의했다. 우선 보장이 필요한 질환으로 중증 질환을 택한 응답이 73%로 다빈도 경증질환(17%)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응답자들은 “중증 질환의 경우 환자와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에” “국민 생명과 직결되거나 삶의 질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건보 재원이 1000만원이라는 가정 하에 중증 질환에 661만5000원, 경증 질환에 338만5000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진형 가톨릭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설문조사”라며 “국민 뜻이 건보 개혁에 적극 반영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조사가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란 진료 행위별로 각각 진료비를 산정하는 제도로, 환자에게 많은 진료를 제공할수록 의료기관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늘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의 건강보험 ‘선 적용 후 평가’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평균 2년이 넘게 걸리는 탓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있어서다.


중증·희귀질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의료안전망 기금 조성은 연구 중이다. 금의 일부 재원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통해 충당되는 것이다. 다만 재정당국은 “재원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실익이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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