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집세를 제외한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양호한 고용·소비 흐름이 이어지면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소비자 물가 및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전년 동월 대비 근원물가 오름세는 경직적인 흐름 속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 모멘텀이 완만하게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근원물가 상승 모멘텀이 꺾이지 않은 미국과 비교하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근원물가 흐름을 상품, 서비스, 집세 등으로 분해하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우선 상품 가격 상승 모멘텀은 올해 들어 축소되다가 5월에 다시 확대됐다. 4월까지는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수입물가가 하락했으나 5월 들어 섬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시 불안해졌다.
특히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 모멘텀의 경우 미국은 올해 2월 이후 완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경직적인 모습이다. 한은은 "양호한 서비스 소비 회복 흐름과 노동시장 상황,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 전가, 서비스물가의 높은 지속성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세는 지난해 이후 고금리 영향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이 지속되다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최근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과거 물가 둔화기의 근원물가 둔화 속도에 비해서도 매우 더딘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물가 둔화기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정점 이후 6개월간 1%포인트 이상 둔화했으나 최근에는 같은 기간 0.4%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한은은 이처럼 근원물가 오름세가 매우 더딘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서비스물가의 경직적인 흐름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근원상품가격은 1998년이나 2008년과 둔화 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근원 서비스물가는 과거에 비해 매우 느린 속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 분석 결과 외식물가가 서비스물가의 높은 지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은 근원서비스 내에서 비중(29.1%)이 상당한데, 외식 내 세부 품목 중 물가 지속성이 높은 품목의 비중(89.6%)이 매우 큰 편이다. 특히 최근의 외식물가 오름세는 과거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서비스 소비가 최근까지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취업자수도 1998년이나 2008년 물가 둔화기와 달리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방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양호한 소비, 고용 흐름이 이어질 경우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은은 "목표수준을 웃도는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여건
변화와 그에 따른 향후 물가 영향을 주의 깊게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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