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업인이 상속농지를 국가에 임대위탁하고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감면해주는 세제개혁 방안이 추진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도 감세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점차 늘어나는 비농업인 상속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1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비농업인의 농지은행사업 참여확대를 위한 세제개선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선안은 비농업인이 가진 상속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매도하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개선안에 구체적인 제도방식과 지원방법, 예상되는 감세규모 등을 분석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개선안에는 공사에 농지를 8년간 임대위탁 후 양도하면 양도세를 50% 감면하는 방안이 담겼다. 16년 임대 후 양도 시 양도소득세를 100% 깎아주기로 했다. 임대위탁 기간이 8~16년 사이면 그만큼 비례해 양도세 감면혜택을 준다. 가령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지를 팔 때 1억원의 양도세가 예상된다면, 해당 제도를 이용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절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농업인의 양도세 100% 감면 기준이 16년인 건 농업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설계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따르면 8년간 직접 농사를 지은 땅을 공사에 넘기면 양도소득세가 100% 감면된다. 비농업인은 농사를 짓지 않아 세금 감면 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공사에 임대위탁한 2년도 경작 1년으로 대우해 부분적인 세 혜택을 주자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발생하는 감면세액은 매년 2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해당 제도를 시행한다는 가정하에 다음해 201억원의 세금감면이 발생한다. 감면세액은 2025년 227억원, 2026년 256억원, 2027년 285억원으로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건 비농업인 소유 농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업인·농업법인이 농사를 짓기 위한 목적이 있을 때만 취득할 수 있다. 다만 비농업인일지라도 상속을 받았다면 1만ha 이내로 농지를 가질 수 있다. 2015년 기준 전체 경지 167만9000만헥타르(ha) 중 비농업인 소유 농지는 42.8%(71만8000ha)로 추정된다. 농가 고령화를 고려하면 2031년에는 비농업인 소유 농지가 43만ha 추가될 전망이다. 매년 약 1만6000ha의 농지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 단순계산하면 전체 농지의 80%가 비농업인 소유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비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줄이고, 공사가 확보한 땅을 청년 농업인 등에게 빌려줄 계획이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도 청년 농업인들이 1인당 2ha로 제한된 임대 물량을 3~4ha로 더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활용도가 떨어지는 비농업인의 상속농지를 농지은행으로 유도하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세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농지세제 혜택의 원칙을 바꾸는 작업이어서다. 그간 농지와 관련된 세금 감면은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적용했는데, 해당 방안이 시행되면 농사를 짓지 않아도 혜택을 주게 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농지는 원칙적으로 본인이 경작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세제 혜택을 주기에는) 경작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어서 이런 부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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