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 장중 1조달러를 넘긴 데 이어 14일엔 종가 기준 1조130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공룡 기업과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로 입지를 굳히며 인공지능(AI)과 더불어 반도체 업계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엔비디아는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GPU 기술 개발과 공급 확산에 힘쓰며 성과를 키웠다. 6개월마다 차세대 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전체 직원의 70%를 개발자로 뒀다. 물론 사업 확대 과정에서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2000년부터 여러 업체를 상대로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외부 수혈을 통해 빠른 성장을 꾀했다는 말이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인수 업체는 '3Dfx'였다. 3Dfx는 엔비디아에 앞서 3차원(3D) 그래픽 칩과 그래픽 카드를 선보이며 1990년대 후반 이름을 날리던 기업이다. 하지만 빠르게 치고 나오는 엔비디아에 점차 밀리면서 결국 2000년 엔비디아에 인수됐다. 엔비디아는 경쟁사가 지니고 있던 여러 브랜드 및 기술 자산을 통해 3D 그래픽 기술과 관련 사업을 강화했다.
2000년은 엔비디아가 세계 처음으로 모바일 GPU인 지포스2 고(Go)를 선보인 해다. PC에서 모바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행보가 본격화한 시점이다. 이후 엔비디아는 2003년 7000만달러를 들여 모바일용 그래픽 프로세서를 선보이던 미디어큐(MediaQ)를 인수,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2008년엔 물리 엔진(게임에서 나오는 물체가 실세계 물리 법칙, 예를 들어 중력이나 관성 등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처리해주는 프로그램) 기업 에이지아(AGEIA)를 인수하기도 했다. 에이지아는 당시 가장 많이 쓰이던 물리 엔진 '피직스'를 선보이던 곳으로, 엔비디아는 이후 자사 그래픽 제품에 물리 엔진 적용을 늘리며 기술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물론 엔비디아가 손댄 사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 시기 엔비디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테그라' 제품군을 선보였다. 모바일 AP는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등을 결합한 시스템온칩(SoC)으로, 모바일 제품에서 두뇌 역할을 한다. 당시 CPU 사업에도 손을 뻗치려 했던 엔비디아 야심을 반영한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에서 2011년 통신칩 제조사 아이세라(ICERA)를 인수하는 등 모바일 사업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퀄컴 등 시장 주요 사업자와 비교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2010년대 중반 이후 관련 사업을 접어야 했다. 대신 엔비디아는 자동차로 눈을 돌렸다. 테그라 프로세서를 차량용으로 전환,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먹거리를 노리고 있다.
2020년엔 데이터센터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이스라엘 기업 멜라녹스(Mellanox)를 인수했다. 멜라녹스는 데이터센터 내 CPU와 GPU, 메모리 간 원활한 데이터 처리를 돕는 데이터처리장치(DPU)를 선보인 곳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PU, GPU에 이어 DPU가 차세대 컴퓨팅 핵심축이 될 것이라며 관련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2020년 이후 데이터센터 사업은 엔비디아 세부 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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