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셰프 주문에 양팔 360도 회전 고기굽는 로봇…'콤비' 활약에 손님도 즐거워

안다즈호텔, 업계 최초 쿠킹 로봇 도입
두 팔 360도 회전…레시피 대로 조리
레스팅까지 똑똑하게…"활용도 높일 것"

"쿠킹 로봇은 제 든든한 '헬퍼'(helper)죠."


안다즈호텔의 AI 쿠킹 로봇. [사진=이서희 기자]

안다즈호텔의 AI 쿠킹 로봇. [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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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2층 다이닝룸 조각보에서 만난 AI 쿠킹 로봇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아담하다'였다. 작은 LED 패널과 두 개의 스테인리스 석쇠를 양쪽에 단 쿠킹 로봇은 상상과 달리 두 팔에 쏙 들어올 만큼 아담했다. 다미앙 셀므 총주방장이 양쪽 불판에 고기 한 덩어리씩을 올리자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됐다. 로봇은 두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고 360도 회전하면서 고기의 굽기와 수분감을 조절했다. 조리 중간, 파란색 센서가 번쩍하고 작동하자 부착된 LED 패널에 고기의 마이아르 점수와 육즙 보존율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충족되자 로봇은 마지막으로 '레스팅'(고기의 육즙이 빠지지 않도록 가두는 과정)까지 똑똑하게 해냈다.

안다즈호텔이 도입한 AI 쿠킹 로봇은 안다즈호텔 소유사인 KT와 로봇 회사 비욘드 허니컴의 합작품이다. 안다즈호텔은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차, 호텔 업계로는 최초로 쿠킹 로봇을 도입했다. 셰프가 전반적인 조리 과정을 총괄하는 '리더'라면, 이들 옆에서 요리의 핵심 재료를 구워줄 똑똑한 '헬퍼'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였다. 쿠킹 로봇은 이 같은 안다즈호텔의 바람을 충족시켰다. 셰프가 원하는 탄도와 수분 점수를 계기판에 입력하면, 로봇은 이에 맞춰 재료를 정확하게 만들어낸다. 레시피를 입력하는 방법에 따라 100가지 이상의 요리도 가능하다는 게 안다즈호텔 측의 설명이다.


안다즈호텔 2층 다이닝룸 '조각보'에서 다미앙 셀므 총 주방장과 AI 쿠킹 로봇이 '오픈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조리하고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안다즈호텔 2층 다이닝룸 '조각보'에서 다미앙 셀므 총 주방장과 AI 쿠킹 로봇이 '오픈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조리하고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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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주방 재료 하나하나가 모두 들여다보이는 '오픈 키친'이었다. 식사하는 테이블과 주방 사이에 별도의 벽이 없어 주방장의 조리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은 물론, 거리도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다. 덕분에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셰프와 로봇의 '콤비'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일반적으로 다이닝 룸의 깊숙한 곳에 있어 고객이 접근할 수 없는 5성급 호텔 주방과 달리, 안다즈호텔은 그보다 캐주얼하고 친근한 인상을 풍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백성일 안다즈호텔 식음료 부장은 "보수적인 호텔 문화의 특성상 쿠킹 로봇을 도입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로봇을 접한 고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며 "오픈 키친을 통해 고객과의 벽을 허물고, 쿠킹 로봇으로 시각적인 재미와 높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안다즈호텔의 목표"라고 전했다.


안다즈호텔은 대량 조리가 필요한 연회장 등에 쿠킹 로봇을 확대, 비치할 예정이다. 현재는 '안다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한 가지 요리에만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해산물 요리 등에도 로봇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미앙 셀므 총주방장은 "AI 쿠킹 로봇은 앞으로 조리 업계가 마주하게 될 필연적인 미래이며 셰프 입장에서도 어떻게 활용할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면서 "컨디션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질 수 있는 인간 셰프와 달리, 언제나 일정한 퀄리티의 요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쿠킹 로봇은 앞으로 우리의 든든한 헬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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