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전성시대…전 세계 유통기업의 '관심사'

국내 시장 규모 10조원 이상
가격 결정 권한 높아 수익성 제고
미국·유럽은 PB가 이미 '대세'
지속 구매 의향·선호도 높아

바야흐로 자체브랜드(PB·PL) 전성시대다. PB는 유통업체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선보이는 독자 브랜드 상품을 뜻한다. 이제 PB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유통산업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특히 고물가 시대와 맞물려 기성 상품에 뒤지지 않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 PB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PB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PB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보여왔다. 2008년에는 약 3조6000억원 규모였으나, 2013년에는 약 9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대형마트에서의 PB 상품 매출은 5조원을 넘어섰으며, 식품, 패션, 뷰티 등 전체 시장을 고려하면 10조원대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PB 상품의 인기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마트 매장에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상품이 진열돼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매장에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상품이 진열돼있다. [사진제공=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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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대형마트·편의점 ‘각축전’

국내에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PB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상품 구색도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까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PB 상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상품을 진열하는 매대 선정이 자유롭고, 가격 결정 권한이 높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PB 상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 수준이다. 대표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현재 1500여 개 상품을 운영 중이며, 매출이 2019년 8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700억까지 늘었다. ‘피코크’ 매출은 2019년 2500억원에서 지난해 4200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통합 PB 브랜드 ‘오늘좋은’을 선보였고,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요리하다’는 별도로 운영한다. 현재 오늘좋은은 100여 개, 요리하다는 650여 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올해 1~5월 PB 상품 매출 구성비는 10%로 집계됐다. 홈플러스에서는 전체 상품 매출 중 PB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4%에서 지난해 9%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PB 상품 수는 900여종에서 3000여종까지 증가했다.


편의점들은 초저가 PB를 선보이며 대형마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편의점은 비싸다는 통념을 깨고 1~2인 가구의 장보기 수요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CU는 초저가 PB ‘득템시리즈’는 20여 종을 운영 중으로, 누적 판매량은 1500만개를 돌파했다. GS25는 GS더프레시의 초저가 상생 PB ‘리얼프라이스’ 공산품을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을 통해 20여 종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마트24는 가성비 라인인 ‘아임e’를 통해 5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년 평균 4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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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에선 PB ‘보편화’

PB는 전 세계 유통기업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유통기업들의 PB 상품 비중은 50%를 상회할 정도다. 오랜 기간 가성비와 고품질을 내세워 상품을 확대해왔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PB 상품 선호는 더 가속화됐다. 미국에서는 알디(82%), 트레이더 조(58%), 웨그먼스(52%), 코스트코(33%) 등 PB 상품 비중은 상당히 높다. 아마존은 의류, 전자제품, 식료품 등 약 7000개의 PB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품 라인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슈퍼마켓 체인 3위 기업인 크로거는 29개의 PB를 통해 1만5000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무균우유 자체 브랜드 생산을 위해 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유럽에서는 지난달 23~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PLMA 국제 프라이빗 라벨 전시회’가 개최됐다. PL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맞춰 전 세계의 신제품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장이다. PL은 중소규모의 생산업체가 자체 개발하거나 유통업체의 주문에 의해 맞춤 제조되는 상품으로 국내의 PB와 유사한 개념이다. 올해는 전 세계 125개국 2600여개 글로벌 유통기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체가 참여했다. 시장조사 기관 닐슨IQ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를 제외한 유럽 17개 국가에서 PL 제품이 크게 증가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의 PL 시장 점유율은 38.5%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PL 제품의 점유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체코(3.5%), 포르투갈(2.9%), 스페인(2.2%), 헝가리(2.2%) 순이었다.


지난달 23~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PLMA 국제 프라이빗 라벨 전시회를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PLMA]

지난달 23~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PLMA 국제 프라이빗 라벨 전시회를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P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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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PB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단기적으로는 고물가 영향도 있지만 선진국이 되면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낮은 가격을 원하게 된다. 최근 유통기업들이 데이터를 분석을 통해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고, 예전과 비교해 국내외 OEM 업체들과의 협업도 용이해졌다”고 분석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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