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도 800만원 짜리 시계 출시…日 시티즌·세이코 고급화 집중

입문용 브랜드에서 고가 라인으로 차별화
스마트 워치로 위축된 수요 회복 전략

입문용 시계 브랜드로 알려진 일본 시티즌과 세이코가 고급화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사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아날로그 시계 시장이 위축되자 고가 라인으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15일 아사히신문은 시티즌이 최근 고급 브랜드 라인 '더 시티즌' 신제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신제품은 88만엔(800만원)에 출시됐다. 통상 40만원부터 100만원대 중저가 라인을 선보였던 기존 시티즌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0개만 선보이는 한정판의 경우 가격은 104만5000엔(956만원)이다.

시티즌은 안정적인 수요와 시장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오토매틱 시계에 계속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고가 라인 더 시티즌을 내세워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시티즌의 고가 라인 '더 시티즌' 시계.(사진출처=시티즌 홈페이지)

일본 시티즌의 고가 라인 '더 시티즌' 시계.(사진출처=시티즌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시티즌은 최근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라인에 힘을 쏟고 있다. 더 시티즌뿐만 아니라 다이얼 위에 실시간 별자리를 표시해주는 '캄파놀라, 시계 구동 장치를 두께 0.3㎜로 만든 초박형 손목시계 '에코 드라이브 원'도 출시했다.


시티즌이 전략을 수정하게 된 것은 '보급형 가격대'라고 불리는 5만~20만엔(45만원~182만원)대에 출시된 시리즈가 고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같은 가격대면 스마트워치를 산다"는 인식까지 겹쳐 매출이 부진했다. 결국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로 평균 단가를 높이고 고급화에 힘쓴 결과, 시티즌의 지난해 고가 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세이코도 마찬가지 행보를 밟고 있다. 세이코는 고가 브랜드인 '그랜드 세이코'를 통해 시티즌보다 한발 앞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시리즈에 따라 다르지만 그랜드 세이코의 시계는 통상 300~7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그랜드 세이코는 매년 2000만~3000만엔(1억8215만원~2억7323만원)짜리 시계를 출시하고 있다. 특히 자작나무를 본떠 만든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자작나무 시계'로 알려진 시라카바 시리즈는 100만엔(910만원)이 넘는다.


일본 그랜드 세이코의 시라카바 시계. 가격은 1051만원이다.(사진출처=그랜드 세이코 홈페이지)

일본 그랜드 세이코의 시라카바 시계. 가격은 1051만원이다.(사진출처=그랜드 세이코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개발에만 10년이 걸린 '코도'를 출시했다. 일본어로 '심장이 뛰는 소리'라는 의미의 '고동'을 뜻하는 이 시계의 가격은 세금 포함 4400만엔(4억46만원)이다. 전 세계 한정으로 따로 출시된 20개의 경우 출시와 동시에 국내외 완판을 기록했다.


세이코는 2017년부터 고급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이코의 인기가 확산됐는데,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 찾아낸 브랜드'라며 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고급 시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간 일본에서 고가 시계는 주로 중장년층이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해 구매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젊은 층도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그랜드 세이코는 올해 봄부터 직영점 매장을 흰색 조로 변경하는 등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 조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


세이코 역시 '고급화 전략' 덕을 톡톡히 봤다. 고가 시계 전문 사이트 크로노24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인기 랭킹 7위를 기록했던 세이코는 2020년 4위, 2021년에는 3위로 상승했다. 지난해도 3위를 차지해 스위스 롤렉스, 오메가와 버금가는 위치에 올랐다.


일본시계협회 통계에 따르면 일본 업체의 지난해 출하량은 전년 수준인 5220만개에 그쳤지만, 출하액은 오히려 12% 증가한 2558억엔(2조3289억원)으로 늘었다. 고가 시계 판매량이 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시계 전문지 그래시브의 나바타 마사하루 편집장은 이러한 차별화 전략에 대해 "코로나19로 부유층이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면서 그만큼 다른 소비로 돌아섰다"며 "손목시계는 작고 자리도 차지하지 않아 팬데믹 기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가 시계는 특수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시계 브랜드는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조형과 기능을 둘 다 잡아 한층 더 일본만의 감성을 담은 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