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 직원들이 탑승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키가 120cm인 로봇이 서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실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집개미'다. 집개미에 물건을 넣고 층수와 부서를 입력하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팔로 직접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더니 보안문에서는 사원증을 찍고 가볍게 통과했다. 1층에서 5층으로 물건 배달을 마친 집개미는 다시 1층으로 유유히 떠났다.
로보티즈는 김병수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자율주행 로봇 전문업체다. 액추에이터(구동장치)와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등 로봇 구동장치 사업을 해오다 2018년부터 자율주행로봇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2018년 90억원을 투자한 LG전자가 현재 2대주주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대학시절 로봇은 공대생의 로망이었다"면서 "로봇을 어떻게 하면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인간 노동 해방이라는 꿈을 품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로보티즈의 대표 로봇은 '집개미'와 '일개미'다. 집개미는 실내, 일개미는 실외에서 주로 활동한다. 집개미엔 카메라가 달린 로봇 팔이 장착돼있다. 주요 일터인 호텔·리조트·고층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층간 이동을 가능케 하는 장치다. 일개미는 키가 92cm로 집개미보다 작다. 밖에서 음식물을 주로 배달하다보니 넘어지지 않게 설계됐다. 딥러닝 인공지능(AI)으로 주변환경과 장애물을 감지하고 이동한다. 김 대표는 "개미는 열심히 일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이라며 "우리 로봇도 부지런히 일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사람을 돕자는 의미로 이름을 개미로 지었다"고 했다.
로보티즈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에 일개미를 공급했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을 위한 단지내 카페를 운영중이다. 입주민이 애플리케이션과 키오스크 등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일개미가 단지내 티하우스까지 배달한다. 앞으로 인근 단지· 마트·편의점 등 주변 상가들과 연계해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단지에서 운용중인 일개미 모두 회사 통합관제시스템에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무리없이 알아서 배달하지만 행여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일 일본시장에도 진출했다. 로보티즈는 일본 '더 라이즈 오사카 기타신치' 호텔에 집개미를 공급했다. 호텔 내 로비에서 고객들에게 웰컴 드링크를 서빙하거나 호텔 안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각종 편의용품 배송과 룸서비스 등 층간 이동이 필요한 호텔 딜리버리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 일본의 여러 호텔관계자와 로봇 도입시기를 조율중"이라며 "일본과 미국·중국 등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있다"고 말했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매출 259억원,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실외 자율주행로봇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실증특례를 받은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적자전환했으나 매출은 증가 추세다. 매출에서 자율주행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로 아직 규모가 크지않다. 로보티즈는 앞으로 로봇에 더 투자해 수년 안에 이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로봇 사업은 사실상 테스트 단계로 여러 데이터를 쌓으며 기술을 고도화 하고있다"며 "올해엔 우리 로봇 1000개를 고객사에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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