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후 엇갈린 주가…사업경쟁력 제고냐 대주주 지배력 강화냐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재상장 후 9거래일 연속 상승해 주목
경영효율화 목적 분할…전고체 사업 등 성장성 부각
대주주 지배력 강화 분할 OCI…주가 부진한 흐름

이수화학에서 인적분할 후 재상장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화제의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달리 똑같은 인적분할을 택했지만 OCI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인적분할을 둘러싸고 사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는지,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였는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엇갈린 주가가 시장의 평가를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재상장한 5월31일부터 6월13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3일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가격제한폭(30.00%)까지 오른 40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5월31일 시초가인 8만3000원 대비 약 5배가량으로, 평가가격(4만1500원)과 비교해서는 약 10배 이상으로 오른 셈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재상장 첫날인 5월31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0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화학에서 인적분할된 정밀 화학 및 전고체 전지 소재 전문 기업이다. 인적분할 이후 지난달 31일 거래가 재개된 이수화학(기존 이수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의 주가도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시장에서는 인적분할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재상장 후 단기간에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9일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에도 계속 주가가 오르면서 14일 매매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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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인적분할해 상장한 OCI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인적분할 후 지난달 30일 상장한 OCI 주가는 13%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튿날은 상장 당일보다 17% 오르며 다소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줄곧 하락하며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13일 OCI는 전거래일 대비 3.43% 오른 12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재상장한 지난달 30일 장중 최고가인 16만원 대비 18.87% 감소한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같은 인적분할을 택한 두 기업의 주가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인적분할의 목적이 달라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의 인적분할 목적은 기본적으로 경영효율 제고에 있다. 그러나 대주주가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꼼수’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경우 인적분할 이전부터 지배구조가 공고했다. 이수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수엑사켐이 이수그룹의 지분 73.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상범 이수엑사켐 회장은 이수엑사켐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와 달리 OCI의 경우 고(故)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OCI 보유 지분율은 5.04%에 불과하다. OCI홀딩스는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OCI를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구상이다. 인적분할 이후 대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고 지주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대주주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OCI의 인적분할을 사실상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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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뿐만 아니다. 앞서 인적분할을 완료한 동국제강은 이달 1일 동국홀딩스,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 3개사로 분할 출범했다. 동국제강 역시 인적분할 결정에 대해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전무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이 13.94%, 장 회장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 9.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선익 전무는 0.84%에 불과하다. 장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수 있긴 하지만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동국제강 역시 OCI와 같은 방식으로, 동국홀딩스의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로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자사주의 의결권을 살려내 추가 출자 없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자사주에는 의결건이 주어지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인적분할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하면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2021년 5곳에서 2022년 13곳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적분할을 공시한 주요 기업으로는 동국제강, 한화솔루션, 현대그린푸드, OCI 등이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은 지배주주와 외부 주주의 이해상충이자,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음에도 여전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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