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가 올여름부터 방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음용 기준에 맞는다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음용할 수 있다고 발언해 입길에 올랐다.
한 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이 검증되면 마시겠냐"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오염수가)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가 되고 우리의 안전 기준에 맞는다면 마실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과학적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과학에 근거를 두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는 우리 수산업 종사자들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면서 "그런 내용을 갖고 이해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선동이라고 비난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오염수 과학적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이 가능하다고 나선 건 한 총리가 처음이 아니다. 방사선·핵 물리학 분야 권위자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 명예교수를 시작으로 박일영 충북대학교 약대 교수도 음용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한 1ℓ 오염수가 있다면 마실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 간담회에서도 "똑같이 그렇게 할 의사가 있고, (그보다) 10배 정도의 물도 더 마실 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을 섭취해도 인체 내부 피폭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며 "삼중수소가 북태평양의 바닷물에 희석돼 우리나라 근해로 돌아올 때 농도의 물이라면 평생 마셔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ALPS로 처리할 경우 우리나라 근해로 유입되면 현재 바닷물의 방사선량 값인 약 L당 12㏃(베크렐)에 비해 극히 미미한 증가가 있을 뿐"이라며 "방류 농도인 L당 1500㏃로 희석한 물 1ℓ를 마실 때, 그 속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실효선량은 바나나 1개 먹을 때의 약 4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단 주요 활동 결과 중 다핵종 제거설비(ALP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알프스를 처리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염수를 둘러싼 의심은 여전하다. 오염수가 안전하다면서도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류를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 정부의 논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피오 티코두아두아 피지 내무부 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오염수 방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왜 일본에 두지 않나"라며 "만약 바다로 방류하면 어느 시점에서 (오염수가) 남쪽으로 흘러온다.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은 일본 당국이 국제 사회의 우려가 큰데도 불구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친중 매체 대공보 기고에서 최근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잡은 생선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와 관련해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며 염수 방류가 시작될 경우 일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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