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골든글로브 만든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80년 만에 활동 종료

부정부패, 인종·성차별 논란에 보이콧 겪어
시상식은 유지…빌보드 운영사가 주관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최고 영화계 권위상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상을 주관해온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결국 활동을 끝내기로 했다. 인종·성차별, 부정부패 등으로 논란을 빚어 보이콧까지 일었던 HFPA는 골든글로브와 관련한 모든 권리와 자산을 자산관리회사에 넘기며 8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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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비영리 단체 HFPA는 이날 골든글로브와 관련한 모든 자산과 권리, 재산을 자산관리 업체인 엘드리지와 딕클라크 프로덕션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HFPA 멤버십은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골든글로브상은 1944년 HFPA의 기금 조성을 위해 시작된 상으로, HFPA 회원 93명의 투표로 수상작과 배우를 결정해왔다. HFPA의 회원은 주로 프리랜서 연예부 기자로 구성된다. 2020년 1월 한국 최초로 영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이듬해 영화 '미나리'도 같은 상을 받게 됐다.

80년 역사를 유지해왔던 HFPA는 최근 수년간 빚어온 인종·성 차별, 부정부패 논란을 빚으며 결국 활동을 마무리 짓게 됐다.


HFPA는 회원 수가 87명뿐인 HFPA는 오랫동안 재정 관리를 불투명하게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에는 회원 30여명이 파라마운트의 협찬을 받아 프랑스 파리로 호화 외유를 떠나 문제가 됐고, 2021년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그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성차별 논란도 지속됐다. HFPA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2021년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면서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서 배제해 문제가 됐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스칼릿 조핸슨은 과거 HFPA 회원으로부터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고 성희롱 당하기도 했다"며 보이콧을 촉구했다.

이에 실제 2021년 골든글로브 보이콧 운동이 거세게 진행됐다. 시상식을 매해 중계해왔던 미국 NBC방송이 이를 거부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와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도 보이콧에 동참했다. 이후 HFPA는 개혁안을 내놓고 변화를 약속했지만, 할리우드 영화 업계를 설득하지 못하면서 80년 역사를 끝냈다.


HFPA의 활동 종료에도 골든글로브상은 유지된다. 빌보드 뮤직어워즈를 운영하는 딕클라크 프로덕션이 이를 맡아 기획, 제작, 주관할 예정이다. 제이 펜스크 딕클라그 프로덕션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미션은 전 세계에서 생중계로 시청하는 가장 다이나믹한 시상식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내년 1월 7일 개최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금 중 일부는 HFPA가 해왔던 자선활동도 지속한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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