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사이 '정치 지도자나 기업 임원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는 식의 여성과 관련한 편견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유엔(UN)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인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여성과 관련한 편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한국은 같은 기간 개선은커녕 '편견이 있다'는 응답률이 늘어 젠더 인식 측면에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12일 '성 사회규범 지수(Gender Social Norm Index·GSNI) 보고서를 발표했다. GSNI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인구 비율을 지수화한 것으로, 사회적인 믿음이 정치·교육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성평등을 가로막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인구 85%를 차지하는 80개 국가와 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녀를 모두 합쳐 응답자의 49%가 '남성이 여성보다 정치지도자로 더 낫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기업 임원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는 응답률도 43%로 높았다. 일자리가 부족할 때 남성이 여성보다 더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응답률도 46%에 달했다.
심지어 응답자 4명 중 1명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2010~2014년, 2017~2022년 설문조사에 모두 참가한 전 세계 인구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38개 국가 및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소한 하나 이상의 편견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은 조사 당시 남녀를 통틀어 2010~2014년 86.9%에서 2017~2022년 84.6%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편견을 갖고 있다는 남성의 응답률이 여성(1.5%포인트)보다 더 큰 3.0%포인트 줄었지만, 절댓값으로는 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편견을 가진 비중이 더 컸다.
한국의 경우 조사 대상 38개국 중 최근 10년 새 '한 가지 이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응답률이 오히려 늘어난 11개국 중 하나였다. 특히 칠레에 이어 편견이 없다는 응답률이 가장 많이 감소한 두 번째 국가로 꼽혔다. 여성과 관련한 '편견이 최소 1개 있다'는 질문에 한국인의 응답률은 2010~2014년 85.3%에서 2017~2022년 89.9%로 4.6%포인트 증가했다.
분야별로 봐도 정치(63.6→72.6%), 교육(22.4→33.7%), 경제(51.9→65.5%), 신체 자율성(56.0→59.2%) 등 전 부문에서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여성 4.84%포인트, 남성 4.41%포인트 증가해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10년 새 성 편견이 가장 많이 개선된 국가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한 가지 이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응답률이 2010~2014년 57.6%에서 2017~2022년 37.45%로 대폭 줄었다. 반면 한국보다 10년간 편견이 더 확대된 칠레의 경우 같은 기간 편견 보유 응답률이 5.52%포인트 증가한 79.74%로 집계됐다.
UNDP는 이러한 편견이 여성이 장애물에 직면하게끔 만든다면서 실제 이러한 편견이 리더십 부문에서 심각하게 적어지게끔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UNDP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정치 지도자로서 여성의 비율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노동시장에서 임원 중 여성의 비중도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페드로 콘세이상 UNDP 인간개발보고서 국장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회적 규범은 인간 발전의 확장을 약화해 사회에 더욱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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