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에 걸려 피 볼 수도'…모기는 털난 사람을 싫어해

체모(體毛), 모기 막는 방어선
인간 진화의 단서로도 중요
얇은 체모로 기생충 방어 가능

여름밤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 하지만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모기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몸에 체모가 많은 사람일수록 모기에 덜 물리기 때문이다.


체모가 모기를 막는 방식은 간단하다. 인간의 몸에 자란 털은 대개 구불구불한 형상을 지녔다. 피부 쪽으로 침투하던 모기가 털에 걸리면 꼼짝도 못하게 된다. 또 체모가 모기의 접근을 미리 감지하고 알려주는 '경보기' 역할도 하기 때문에, 모기가 물기 전에 잡아낼 가능성도 커진다.

인체의 털에 걸린 모기. [이미지출처=유튜브]

인체의 털에 걸린 모기. [이미지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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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체모가 촘촘하고 굵은 사람일수록 모기 같은 '무는 벌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체모가 많은 사람은 모기에 유달리 강한 신체를 타고난 셈이다.


얼핏 단순한 직관처럼 느껴지지만, '모기를 막는 체모'는 인간의 신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학계는 왜 인간의 몸에 체모가 남아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모가 벌레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고 가정하면, 사람의 몸에 털이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진지하게 다룬 논문도 있다. 세계적인 생물학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등재된 '인체의 미세 체모를 통한 체외 기생충 검출 향상'이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진은 "인체의 털은 온도 조절도 하지 못하고, 성 선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털은 생존이나 번식에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어린 침팬지. 다른 영장류 생물은 인간과 달리 빽빽하고 두꺼운 털을 가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어린 침팬지. 다른 영장류 생물은 인간과 달리 빽빽하고 두꺼운 털을 가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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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연구진은 '미생물 보호 기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우리는 인간의 미세한 체모가 체외 기생충의 탐지 능력을 향상하는 기능을 하는지 여부를 실험적으로 테스트했다"라며 "인간 입장에서 체모가 체외 기생충을 더 빨리 탐지하고 제거할 수 있다면, 혈액 손실이나 병원체 전파 위험을 줄임으로써 유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21세인 10명의 여성과 19명의 남성 지원자를 모집했다. 실험은 한쪽 팔은 면도하고 다른 한쪽 팔은 면도하지 않은 상태로 두 팔을 무는 벌레에 노출한 뒤, 지원자 신체의 벌레 감지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미세한 체모'는 인간의 몸이 벌레를 더 빨리 감지하고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체모가 반드시 벌레 방어에 유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두껍고 빽빽한 털을 가진 다른 포유류의 몸은 기생충의 은신처나 둥지로 활용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다른 영장류와 비교해) 인간의 적은 체모는 '기생충 피난처'를 제거하기 위한 적응의 결과였을 수 있다"라며, 대신 인간은 얇은 체모를 발달시켜 벌레를 막는 '절충안'을 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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