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502억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해외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외환유출 심화로 외환수급 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6일 '금융·경제 이슈 분석: 최근 해외직접투자 증가 배경과 외환부문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2021년 이후 증가규모가 큰 폭 확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수익재투자 제외)는 2021년 중 494억달러로 전년 대비 81.4%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502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에도 1~3월 중 89억5000만달러를 나타내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역별로는 북미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최근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연기금 등의 대체자산 투자 증가, 미·중 경제분쟁 심화, 기업들의 신기술 확보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금융·보험업 투자는 지분 10% 이상인 대체투자를 포함하는데 연기금의 적립금 증가, 대체투자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으로 해외 대체자산 투자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중 경제분쟁 미국의 보호무역 확대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영향 등으로 미국 등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됐다. 또 기업들의 미래 신성장산업 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해외직접투자의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최근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현물환 시장에서의 기업부문 외환 순공급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상품수지로 나타나는 기업들의 무역을 통한 외화자금 수령액은 2019년 이후 크게 줄어든 반면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기업들의 외화자금 지출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외환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여유 외화자금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기금·금융기관의 해외 대체자산 투자 증가도 외환수급 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해외직접투자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의 직접투자 소득수지는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이는 외환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외환부문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세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경제분쟁 지속, 첨단산업의 경쟁 가속화 등으로 앞으로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세가 지속되고, 국내 주요 연기금도 해외 대체투자를 해외 연기금의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상거래를 통한 외환유입의 강도는 약해지는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외환유출은 늘어나면서 외환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기업의 투자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실물부문에서의 외환수급 변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므로 인센티브 등을 통해 해외직접투자 증가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조정해 나가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현물환 시장이 아닌 해외증권 발행 현지금융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리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국인이 체감할 수 있는 국내 투자환경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의 국내 직접 증권투자 자금유입을 확대시켜 나가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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