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가 미혼모에 임신 중입니다. 너무 배가 고픈데 당장 돈이 없어서 염치없지만 부탁드려봅니다"라는 외상 요청을 받고 음식을 보내준 분식 점주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점주는 며칠 뒤 외상값을 받았으며, 미혼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분식집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해당 점주의 선행이 알려진 후 궁색한 처지를 알리며 외상 요청 주문을 받았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럿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비대면 요청'을 받아들였다가 음식값을 떼였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지난달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외상 배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작성자 A씨는 "저희 가게에 열흘 동안 외상 배달 요청이 세 건 들어왔다"며 주문서를 공개했다.
첫 번째 주문서에는 "사장님 아이 밥 먹여야 하는데 외상 가능할까요? 내일 드릴게요. 부탁드려요. 가능하면 야채 빼주세요"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두 번째 주문서는 "사장님 20일에 3만원 보내드릴게요. 외상 가능할까요? 너무 배가 고파서요"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주문서는 "사장님 아이 밥을 먹여야 해서 그런데 외상 가능할까요? 어제부터 밥 못 먹이고 집에 남은 과자만 먹였어요"라는 글이었다.
A씨는 이 주문을 한 사람의 주소지가 같아 동일인으로 보인다며 "그 지역은 배달비만 8500원인데 오늘은 돈 없고 내일은 돈이 있으면 내일 시켜 먹든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 다 거절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요청에 넘어가 음식을 보냈다 돈을 받지 못했다는 글도 있었다. B씨는 지난 4월 9일 "다들 경험이 있으실 듯한데, 저희 직원이 주문(배달)을 보내줬는데 계좌로 돈이 안 들어온다"며 주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주문서에는 "학생인데 너무 배가 고파서요. 계좌 같이 적어주시면 입금할게요."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장사가 신통찮은데 이런 요청사항이 끊이질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경기침체로 곤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한국일보에 "소비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가 비대면 방식으로 과거보다 손쉽게 외상 요청을 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을 더 하고 있다"며 "물가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소비 여력이 급감한 소비자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