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기에 들어선 첫날인 1일 아침, 서울 종각역 인근 카페는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가득했다.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음료를 주문했다. 하지만 카페 직원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일하고 있었다. 직장인 유모씨(33)는 "이미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지만, 이제부턴 코로나19에 걸려도 자택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회사에 눈치가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페 직원들이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것처럼 감염병이나 위생 문제 관리는 계속 철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부로 코로나19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고 ‘경계’로 하향했다. 서울 종각역 인근 카페에서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주문을 받았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원본보기 아이콘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고 ‘경계’로 하향했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나온 직후인 같은 해 2월 ‘심각’ 단계를 발령한 뒤 3년 4개월 만의 해제다. 중대본 자체도 이날 해체되고 임무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로 넘겼다. 코로나19 위기경보 하향으로 시민들의 일상 복귀는 거의 마무리됐다. 확진자 7일 격리의무 해제,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종료, 입원 병실 있는 병원 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3년 동안 진행된 방역 조치들도 마침표 찍었다.
시민들은 이미 엔데믹을 체감하고 있었다. 지난 3월부터 대중교통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등 단계적으로 방역 조치들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씨(28·여)는 "올해 초부터 진작 마스크를 벗고 출근했다"며 "이미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씨(30)는 "오늘부터는 코로나19로 확진돼도 계속 출근해야 하니 코로나19에 걸릴까봐 더 부담스럽지만, 방역 상황 종료는 반갑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 조치 해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여전히 존재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감기 등 전염병도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인 손모씨(31·여)는 "혹시나 코로나19나 독감에 걸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갈까봐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건 아직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여전히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조치가 유지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일부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고려대구로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내원한 30대 여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입구에 들어서려다가 직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며 제지당했다. 이미 원내에 들어온 사람 중 몇몇은 마스크를 다시 내려서 턱에 걸치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던 고모씨(74·여)는 "오늘 이후도 병원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병원 로비도 넓어서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시기는 적절하다고 본다"면서도 "아직 의료계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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