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탕과 원당에 부과되는 관세를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국제 설탕가격 폭등이 빵·과자·아이스크림·음료 등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대중적 먹거리인 돼지고기·고등어 등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마찬가지로 다음 달부터 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30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설탕 할당관세와 원당 기본세율을 각각 0%로 인하하기로 의결했다. 관세 인하조치는 다음 달 초 시행될 예정이다.
설탕의 기본 관세율은 30%다. 다만 10만5000t에 대해선 5%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었다. 이번 할당관세율 인하에 따라 이미 수입된 2만5000t을 제외한 약 8만t에는 변경세율(0%)이 적용된다.
국제설탕기구에 따르면 5년(2017∼2021년)간 연평균 세계 원당 생산량은 1억7100만t이다. 이중 브라질이 20.2%, 인도 17.3%, 유럽연합(EU) 9.4%, 태국 6.4% 등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원당 수출 물량의 경우 전체 3740만t 중 브라질이 57.9%를, 태국과 호주가 각각 10.7%, 8.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되는 호주와 태국에 원당 수입의 각각 58.1%, 24.8%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관세 인하 조치에 따라 수입선 다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금번 조치로 제당업계는 하반기 작황 호조가 예상되는 브라질 등으로의 원당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국제가격이 높아 더디게 들어왔던 설탕 할당관세 물량도 원활하게 도입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돼지고기와 고등어 등 8개 농축수산물 관세도 0%로 낮추기로 했다. 돼지고기는 최근 야외활동·외식 증가로 수요는 늘어난 반면, 유럽산 수입단가 상승 등으로 공급은 감소하면서 5월 삼겹살 가격은 평년 대비 약 17%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정부는 단기 수급불안 완화 및 소비자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대 4만5000t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고등어는 기본세율 10% 대신 0%의 할당관세를 재적용하고, 조주정(소주 등 원료)에 적용 중인 0% 할당관세 적용기간을 6월 말에서 올 하반기까지로 연장한다. 팜박과 주정박도 기본관세율 2% 대신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생강은 낮은 세율(20%)이 적용되는 시장접근물량을 9월 말까지 1500t 증량한다.
한편, 국제 설탕 가격은 인도·태국 등 상반기 주요 생산국의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22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기준 국제 설탕가격은 1t당 699달러로 지난해 5월(543달러) 대비 28.4%, 5년 평균치(412달러)보다는 69.4% 뛰었다.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던 2011년(799달러)의 87.4% 달하는 수준까지 급등했다. 국제 원당 가격도 마찬가지다. 현재 1t당 549달러로 1년 전보다 29.3%, 평년(5년 평균) 대비로는 68.0% 올랐다.
가파른 설탕가격 상승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제당·설탕수입·식품업계 등과 순차적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설탕 수급 및 가격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관계부처와 설탕가격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 자리에서 관련 업계는 관세 인하를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설탕 할당관세 잔여 물량에 대한 적용세율을 현재 5%에서 0%로, 원당 기본세율(현재 3%)도 0%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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