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딸 때문에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은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시발점은 지난 2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가불 선진국에서 펼치는 법고전 산책 이야기' 북콘서트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와 관련한 질문에 "부산대 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르면 동양대 표창장은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저희 딸 때문에 다른 학생이 떨어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짓밟았던 그 큰 죄업을 말 한마디로 부인해 버리는 편한 인식 구조가 부러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자 조 전 장관은 28일 페이스북에 "대구 북콘서트에서 나온 제 답변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언론 문의가 많아 일괄적으로 답한다"면서 2021년 9월 30일 작성된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의 자체 조사 결과서 내용을 공유했다.
조 전 장관은 결과서 19~21면에 '조민이 1단계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은 공인영어성적이 월등히 우수하였기 때문', '2단계 면접전형은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제 된 경력 서류와 관련해 조민 지원자는 4개의 경력을 지원서에 기재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동양대 표창장만 제출함', '문제 된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거나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불합격하였을 것이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의 결과보고서는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형사판결 이후에야 공개됐다"며 "즉 형사판결은 위 결과보고서가 없는 상태에서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와 별도로 제 딸 조민은 법원의 최종 판결에 겸허히 승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국민의힘 서울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위조 서류 때문에 딸이 합격하지 않았고 딸 때문에 떨어진 사람이 없다는 해괴한 주장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제발 괴물이 되지 말고 사람이 되시라"고 응수했다.
그는 "시험에서 부정행위 하는 사람들은 성적이 우수하거나 상위권 학생이 많다. 그 문제 틀려도 어차피 상위권인데 워낙 강한 자기애와 이기심 때문에 커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커닝을 안 했어도 어차피 그 등수이면 부정행위는 처벌되지 않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어 "'시험 요강'에 '부정행위로 인해 석차가 바뀌지 않는 경우는 무방하다'고 친절히 안내해야 하나"라며 "'모집 요강'에 '허위서류를 제출하면 입학을 취소한다'가 아니라, '허위서류를 제출해서 타인을 탈락시킨 경우'로 한정해서만 합격을 취소한다고 써야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경기에서 약물 복용의 경우도 대개 최상위권의 세계적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면서 "약물 없이도 우승할 수 있으면 약물이 적발돼도 죄가 아닌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끝으로 그는 "서류를 위조했지만, 그 때문에 탈락자가 없으니 죄가 아니라는 궤변이야말로 조국 아니면 불가능한 후안무치의 극한"이라면서 "조국 씨, 부산대 조사단이 조민으로 인한 탈락자가 없다는 데도 왜 그럼 조민을 입학 취소했을까. 한 번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고 일갈했다.
앞서 부산대는 정경심 전 교수 관련 재판에서 조민 씨가 의전원 모집 때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위조라는 판결이 나오자 지난해 4월 '허위서류를 제출하면 입학을 취소한다'는 신입생 모집 요강을 근거로 조 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조 씨는 입학 취소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행정소송을 통해 입학 취소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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