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가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이자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전날 EU 회원국들과 EU 집행관리위원회가 유로클리어에 보관된 러시아 동결 자산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자 만났다고 밝혔다.
유로클리어는 국채나 파생상품의 국경 간 거래와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벨기에를 본거지로 두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러시아 자산 1966억유로(279조5769억원)가 보관돼 있다. 이 중 1800억유로가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 청산기관인 국가예탁결제원(NSD)의 계좌가 동결되면서 현재 이 자산들은 유로클리어에 머물러있다.
이곳에 보관된 러시아 자산에서는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유로클리어는 보관된 현금을 재투자해 수익을 불리는데, 제재 여파로 역대 최대 규모의 러시아 자산이 동결된 데 이어 고금리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러시아 자산을 통해 거둬들인 이자는 7억3400만유로(약 1조438억원)에 달한다.
EU는 이 이자 수익은 소유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판단, 이를 우크라이나에 방안을 구상 중이다. 주요 외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 기관들도 이 돈(이자 수익)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자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선례가 없긴 하지만 우리는 이 방안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U 관계자들은 룩셈부르크 소재 국제예탁결제기관인 클리어스트림에 묶인 자산을 포함해 더 광범위하게 러시아 자산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벨기에 정부도 EU의 이 같은 계획에 발맞춰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세금 수입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적 지원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벨기에 당국은 러시아의 자산 동결로 올해 최소 6억2500만유로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법적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적도 나온다. 유로클리어는 지난해 기준 35조6000억유로의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자 수익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EU는 내달 열리는 지도자 회의에서 러시아 자산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입힌 피해 보상을 확실히 하고자 동결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국제 파트너와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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