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 가리고 아웅에 가깝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22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가상화폐 관련 입법 논의가 김남국 발(發) 코인 사태에 소나기를 피하려는 벼락치기 입법이 되면 안 된다"며 "국회의원 가상화폐 전수조사에 여야 정당은 모두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가상화폐 보유 전수조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상화폐 전수조사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학계서도 국회의 가상화폐 전수조사를 주장한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몇 년 전부터 플레이투언(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업체가 국회에 로비를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전수조사가 실질적인 효과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진 신고 형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진신고 형식이면 문제가 없는 사람만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제출할 것"이라며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형식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이 있기는 하다. 공직자의 부패와 이해충돌 등을 조사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회의원들이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통하면 된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때 여야는 의원과 의원 가족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신청하면서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를 통해 권익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가족 12명, 국민의힘 역시 12명이 LH 투기 사태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만 제출되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저장된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중앙 서버에 투자자들의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화폐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는 정의당만 권익위에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홍 교수는 "국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전수조사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로비설에 휘말린 국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전수조사와 같은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내역은 전수조사 대상자들이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다.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해외 거래소들은 거래내역을 자신들의 서버에 보관하지 않는다. 아울러 은행과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사용 계약을 맺은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에서는 익명인 개인 가상화폐 지갑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 해외로 가상화폐를 송금해 자산을 증식하거나 자금세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해외 거래소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도 파악할 수 없다"며 "의원들의 양심에 기대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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