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일교 문제 등으로 곤두박질쳤던 지지율이 한일정상회담과 G7회담을 전후로 반등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이같은 지지율 상승세를 몰아 재선을 위한 발판인 중의원 해산 및 총선시기 조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실시한 전국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45%로 지난달 15~16일 실시된 직전 조사(36%) 대비 9%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46%로 직전 조사(56%) 대비 10%포인트 하락해 지지율과 비지지율이 팽팽하게 맞섰다.
마이니치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G7의 외교적 성과가 호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역전했던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옛 통일교 문제와 집권당 자민당과의 관계가 논란이 된 지난해 8월 이후 지지율이 20~30%대에 빠지며 고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5%대까지 지지율이 추락하며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번 지지율 회복에는 G7회담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각국 정상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자료관 등을 둘러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는 답변이 85%를 차지했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9%, '잘 모르겠다'는 6%였다.
이번 G7에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 정상들을 포함해 함께 공원을 둘러보고 이후 핵 군축에 초점을 맞춘 첫 G7 정상 문서인 '히로시마 비전'을 발표했다. 마이니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으로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이러한 노력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인 지지율 상승을 보이면서 일본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재선가도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한데다가, 사실상 기시다 총리가 높은 지지율로 국정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총리와 집권여당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시기에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 재집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남은 1년 4개월 임기 중 재선이 확실하다고 여겨질 타이밍에 중의원을 해산시켜야 한다. 마이니치는 그 시기에 대해서는 정기국회가 폐회하는 다음 달 21일경, 올해 가을, 내년 이후 등 세 가지 관측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다만 G7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 이후에는 향후 방위력 강화를 위한 증세 시기 결정, 저출산 대책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등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이끌 가능성이 큰 과제를 돌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민당에서는 다음 달 조기 해산에 돌입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것은 올해 가을이다. 중의원 임기가 끝나는 시점으로, 이와 맞물려 당직자 인사와 개각을 실시해 선거를 위한 당내 기반을 다지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현재 이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전날 히로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중요한 정책 과제에 성과를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해산과 총선거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