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 정상회의(G7)가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가운데 정상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안내로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을 방문한다.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의 참상을 전 세계에 보여줌과 동시에 핵사용과 증강을 외치는 러시아와 중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기시다 총리가 G7 정상들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자료관을 둘러보고 공원 내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평화기념공원은 원폭 투하 당시 남은 건물 잔해인 '원폭 돔'이 있는 곳으로, G7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자료관을 시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G7은 개최지 특성에 걸맞게 핵 군축과 비확산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을 시사했고, 중국은 대만 침공을 언급하며 핵전력 증강에 나서는 중이다.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대러 제재 등을 논의하며 두 나라를 본격 제동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니케이는 "러시아에 핵무기 사용 금지를 호소하고 중국에는 보유 핵탄두 수 정보 공개 등 투명성 제고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일본은 G7 중 유일한 피폭국이기 때문에, 피폭지의 참상을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비핵화에 대한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핵보유국 정상이 핵무기 피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니케이에 전했다.
기시다 총리도 첫날 일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G7 개막 전날 기자단에게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인 만큼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이상을 각국 정상과 공유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며 "후퇴하는 이상을 향한 기세를 다시금 고조시키는 전환점으로 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함께 그의 주요 정책인 '히로시마 액션 플랜'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표한 이 계획은 핵 사용 반대, 핵무기 감축 노력 지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니케이는 "기시다 총리는 이 플랜을 설명하고 G7 정상들의 동의를 끌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이날 자료관을 방문한 뒤 오후 저녁 실무 만찬에서 관련 내용을 협의, 공동 성명에 핵 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내용을 넣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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