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이나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서빙로봇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국내 서빙로봇 시장점유율 70~80%로 1위인 브이디컴퍼니는 중국 푸두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을 들여온다. 우아한형제들 자회사 비로보틱스도 중국산 서빙로봇을 쓴다.
알지티(RGT)는 서빙로봇 설계·제조·유통 모두 우리나라에서 하는 토종 로봇 스타트업이다. 충남대에서 메카트로닉스공학을 전공한 정호정 알지티 대표가 졸업 후 2018년 창업했다. 정 대표는 "알지티는 '로봇 글로벌 팀'(Robot Global Team)의 약자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전세계 서빙로봇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라고 사명의 연원을 소개했다. "미국·중국·인도·파키스탄 등의 국적을 가진 팀원이 있고 미국·일본·캐나다·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서빙로봇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정 대표에게 서빙로봇 시장에 뛰어든 계기를 묻자 미국에서 자영업을 하던 고모와의 일화를 들려줬다. "대학시절 자율주행로봇을 만들고 있던 차에 고모에게 전화가 왔다. 고모는 일손이 부족한데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폐업할 처지라고 한탄했다. 고모를 도우러 미국으로 건너가 현장을 경험해보니 사태가 더 심각했다. 서빙하는 종업원이 예고없이 그만두는 일이 잦았다. 매출이 올라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몇달째 반복됐다.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곧 서빙로봇의 시대가 오리라 확신했다."
정 대표는 2016년부터 서빙로봇을 만들기 위해 시장을 조사하고 투자자들에게 사업제안서를 넣었다. 당시엔 서빙로봇이 상용화되기 전이라 반응이 대체로 냉담했다. 정 대표는 "비싼 돈 내고 밥을 먹는데 종업원이 아니라 로봇이 가져다주면 손님이 불쾌해하지 않겠냐고 되묻는 투자자도 있었다"면서 "2017년까지는 '이게 되겠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고 4개월 뒤인 2018년 6월 1세대 서빙로봇 '써봇'을 개발했다. 천장에 달린 마커를 센서로 인식해 이동하는 '라인트레이서' 방식이었다. 정 대표는 "라인트레이서는 천장에 마커를 일일이 설치해야 해 인테리어를 해친다는 불만이 많았다"면서 "로봇에 달린 쟁반을 지나치게 크게 만드는 등 자영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써봇 2세대는 2019년 6월 출시됐다. 마커 인식이 아닌 라이다 센서를 통한 완전자율주행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라이다(LiDAR)란 빛이 물체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고 수평과 수직으로 주변을 스캔해 3차원 지도를 만들어내는 센서다. 2020년엔 장애물 인식 센서와 카메라, 주행방식 등을 개선한 3세대 제품을 출시했다. 입소문을 타고 써봇을 도입한 자영업자들이 점차 늘면서 2021년엔 프리A 투자와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까지 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투자액은 약 80억원이다.
알지티는 한달에 약 2000대의 서빙로봇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써봇 3세대는 2시간30분 충전에 약 12시간 작동한다. 초당 1.2m를 이동하며 최대 적재량은 135kg이다.
정 대표는 국내 서빙로봇 시장에 중국산 로봇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격 경쟁력 차이로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결국엔 국산로봇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대표는 "서빙로봇만 사용하면 모르겠지만 나중엔 로봇에 포스기나 호출벨, 테이블오더 등을 연동할텐데 이 경우 로봇을 직접 제조하고 소프트웨어까지 보유한 국산 업체의 대응력을 해외 기업이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후서비스(A/S)와 각 매장 특성에 맞춘 로봇 주문제작 측면에서도 우리가 경쟁 우위에 서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앞으로 배달로봇 등으로 서비스로봇 사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은 홍콩과 베트남 등으로 넓힐 예정이다. "처음부터 다국적 기업을 목표로 사업을 벌였습니다. 알지티를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로봇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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