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 줘도 지방 안 간다는 의사들…‘의대 증원’이 답?

전문가 “지역·필수의료 분야 살리려면 의대 정원 증원”
“단기적으로는 공공정책수가 도입”
정부, 2025년부터 의대 정원 증원 목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대기를 하는 모습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대기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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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내과 전문의 채용을 위한 ‘5차 공고’를 냈지만 뽑지 못했다. 연봉을 3억6000만원 주겠다고 해도 오겠다는 의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공고에 따르면 난이도가 높은 내과 수술보다는 일반 진료와 건강 상담이 주된 업무였다. 다른 지방의 의료 사정도 비슷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지난 2월부터 단축 운영하던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최근 연봉 4억원에 전공 제한을 없앤 5차 공고를 낸 끝에야 채용을 하고 정상 진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연봉 4억 줘도 안 간다…지역·필수의료 해법 ‘의대 정원 증원’?

이처럼 지방에서는 의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가운데 붕괴 직전인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이 본격적으로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 정원을 2025년부터는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사 단체와 협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나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6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2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최근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심화됨에 따라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상반기 진료과별 전공의 충원율을 보면, 안과(175.5%), 성형외과(161.1%), 재활의학과(160.8%), 정신건강의학과(159.0%) 등 인기 진료과는 경쟁률이 높지만, 산부인과(71.9%), 외과 (65.1%), 흉부외과(51.4%), 소아청소년과(16.3%) 등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울산(2.5명), 충북·충남(2.4명), 경북(2.2명) 등 지방의 경우 서울(4.8명)의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 건강의식 향상과 고령화에 따라 의사 1인당 진찰건수는 2019년 기준 6989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2130건) 중 1위를 차지했다. 여 부연구위원은 “의료 수요는 높은데 의사 수는 부족한 현실은 수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해법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제시했다.


2000년대부터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실제 추진되지는 못했다. 2020년 8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은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 집단 파업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여 부연구위원은 대안으로 한시적 의대 정원과 공공의료 목적의 의대 신설을 제시했다. 여 부연구위원은 “의대 정원 확충이 국민이 이용하는 의료서비스 질과 모든 의료인력들이 더 나은 진료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협의와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의료진 모습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의료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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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대 정원 증원은 당장의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메우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여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잠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행위별수가제는 진료량이 적을수록 수입도 낮아지는 구조로 돼 있는데 필요에 기반해 의료 취약지에도 충분한 수익을 보상해주자는 것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 실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되, 지역·필수의료 현장의 절박한 인력부족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전문의 고용 확대, 필수분야 수가 개선, 전공의 배정체계 개선 등 실효적인 단기 대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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