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전역에서도 때이른 폭염으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적도 인근지역에서는 벌써 섭씨 40도를 넘어선 곳들이 속출하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기상학계에서는 3년 만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슈퍼 엘니뇨(El Nino)현상으로 극심한 기상이변을 우려하며 특히 여름철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실시간 기후 측정 사이트인 클라이밋 리애널라이저가 공개한 지구 기온 분포도. 적도 인근의 일부 지역에서 섭씨 40도를 이미 넘어선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이미지출처=클라이밋 리애널라이저(Climate Reanalyzer)]
원본보기 아이콘14일(현지시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싱가포르 현지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은 지난 13일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40년 전인 1983년 4월 기록된 역대 최고 기온과 같고, 5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 기온이다. 앞서 싱가포르 기상청이 예상한 올해 최고 기온인 35도를 넘어섰다.
앞서 태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서는 이례적으로 빨리 찾아온 폭염으로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잦았다. 태국 북서부 탁 지역은 지난달 14일 최고 45.4도를 기록해 태국 역대 최고 기온을 바꿨다. 태국 각지의 체감 온도는 50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베트남도 이달 초 기온이 44.1도까지 올라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얀마 역시 지난달 말 중남부 기온이 43도에 달해 58년만에 지역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때이른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서북부 태평양 연안 지역에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4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이 가운데 퀼라유트 지역은 32도에 달해 기존 같은날 역대 최고 기온인 1975년 기록한 26.7도를 훌쩍 넘어섰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전날 낮 최고 기온이 33.9도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 기온인 1973년의 33.3도를 넘었다.
이미 지난달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된 남부유럽 지역은 가뭄까지 겹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역대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를 기록하는 등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 11일 내각 회의에서 20억유로(약 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를 승인했다. 인접국인 포르투갈과 지중해 건너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에서도 지난달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미국 폭스(Fox)뉴스에 따르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늦여름부터 가을철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90%를 넘어섰으며 전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학자들도 최근의 이상 고온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최근 연구에서 지구 온난화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알제리 등 4개국의 최근 폭염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결과 폭염 발생 가능성이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 100배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아직 엘니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고온현상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올 하반기 3년 만에 엘니뇨가 시작될 경우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잦아질 것이란 우도 나오고 있다. 기후 과학자인 제크 하우스파더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엘니뇨로 인해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엘니뇨란 열대 동부 태평양과 중부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되는 현상으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최근 3년간은 라니냐 현상이 계속 관측됐다가 올해 엘니뇨 재기가 예상되고 있다. 통상 엘니뇨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는 강력한 폭우를 동반한 홍수피해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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