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추진한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물증이 없다고 보던 EU가 처음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5일 EU 회원국들에 11차 제재 패키지 초안을 제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메르 대변인은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새로운 방안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번 패키지는 기존 제재의 이행 및 제재 위반 여부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며 "대러 수출 부분을 들여다볼 것이고,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제재 대상 품목이) 러시아로 유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제 3자 제재 방안이 11차 제재 패키지 초안에 포함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집행위 초안에는 중국 소재 기업 최소 7곳에 대한 핵심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3HC 반도체, 킹 파이 테크놀로지 등 중국 본토에 있는 기업 2곳과 신노 일렉트로닉스, 시그마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링크, 토단 인더스트리, 알파 트레이딩 인베스트먼트 등 홍콩 기업 5곳이 제재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재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중국 3HC 반도체의 경우 러시아군의 군수산업 지원을 위해 미국산 부품 조달을 돕고 있는 것으로 EU는 보고 있다. 킹 파이는 러시아 순항미사일의 유도 시스템용 방위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초소형 전자 기술을 제공한 바 있다. 홍콩의 신노와 미국에 본사를 둔 타코는 러시아 군수 기업 라디오아브토마티카에 납품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중국 외에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 제재 회피 가능성이 거론된 제3국 국적 기업 역시 제재 대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압력이 통하지 않는 3국에는 특정 제품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방안이 가결될 경우 회원국들은 기업이나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치가 있을 때마다 개별적으로 승인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오는 10일쯤 제재 초안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EU가 이들 회사를 제재 목록에 추가하기 위해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도 얻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EU가 이같은 제재 방안을 가결할 경우 보복성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러 협력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불법 제재나 확대 관할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럽의 행태는 중국과 유럽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엄중히 훼손하고 세계의 분열과 대항을 심화시킬 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우리는 유럽 측이 잘못된 길로 가지 말 것을 촉구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자신의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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