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치매 정복…릴리 "도나네맙, 인지 저하 35% 늦춰"

임상 3상 결과 공개
지난 1월 FDA 가속승인 좌절 후 재기
"상반기 중 FDA 승인 신청할 것"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 3상에서 성공적 결과를 내놓으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릴리는 3일(현지시간)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대상 임상 3상(TRAILBLAZER-ALZ 2)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능력과 일상생활 능력 감소는 35% 늦추고, 질환의 다음 단계 진행 위험은 39% 낮췄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은 경도인지장애(MCI)를 포함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182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임상 결과 1차 유효성 지표로 설정된 인지능력과 운전, 취미생활, 자산 관리 등 일상생활 능력을 평가하는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에 대해서는 실험군에 35%의 능력 저하 감소가 나타났다. 2차 지표로 설정된 인지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임상치매척도총점(CDR-SB) 역시 18개월간 이와 비슷한 36%의 능력 저하 감소 정도가 확인됐다.


축적된 Aβ 플라크의 제거를 통해 증상 개선을 목표로 하는 도나네맙의 특성상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ARIA)은 기존의 임상 2상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뇌부종 등의 'ARIA-E'는 투약군 중 24.0%에서 나타났다. 뇌미세출혈 등의 'ARIA-H'는 투약군 중 31.4%로 위약군 13.6% 대비 더 높게 나타났다. 중증 ARIA는 1.6%에서 나타났다. 참가자 중 2명이 ARIA로 인해 사망했고, 1명은 중증 ARIA를 겪은 후에 사망했다.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릴리 최고 과학·의학책임자(Chief Scientific and Medical Officer)는 "이번 임상은 임상 3상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인지 및 기능 저하를 35% 늦춘 최초의 결과"라며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통계적으로 중요한 긍정적 임상 결과를 보여준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릴리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내로 FDA에 승인을 요청하고, 다른 국가 규제기관에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구상이다. FDA 정식 승인에 성공하면 앞서 승인된 바이오젠·에자이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과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에 이어 세번째로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료 항체 치료제가 된다. 세부적인 임상 전체 결과는 오는 7월 열리는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와 학회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가속 승인 좌절 넉 달 만에…'화려한 부활'

릴리는 앞서 지난 1월 FDA 가속 승인이 좌절되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도출해내며 재기를 이뤄내게 됐다. 당시 제출된 임상 2상까지의 결과를 검토한 결과 FDA는 12개월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된 환자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다만 이에 대해 릴리는 도나네맙의 효과가 좋다 보니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나네맙의 기전 특성상 Aβ 플라크 제거 수준이 사전에 설정된 수준에 도달하면 임상을 중단하도록 임상 디자인이 이뤄지다 보니 약효가 좋아 투약을 빠르게 중단하면서 장기 추적이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릴리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도나네맙 투약군 중에서는 절반가량인 47%가 치료 시작 후 1년간 CDR-SB 저하 나타나지 않으면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데 비해 위약군에서는 29%만이 질병 진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가오는 치매 정복…릴리 "도나네맙, 인지 저하 35% 늦춰" 원본보기 아이콘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도나네맙의 출시 후 시장 전망도 밝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약 전문 리서치 업체 코텔리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0년 16억달러(약 2조원)에서 2030년 57억달러, 2050년 200억달러(약 27조원)로 연평균 29%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항체 치료제 개발이 이어지면서 현재 아세틸콜린억제제가 47%에 달하는 처방 비중도 2025년에는 도나네맙과 레켐비 등 Aβ 항체 치료제가 69%로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도 올해 출시되거나 승인이 유력한 신약 중 2027년까지 연 매출 10억달러를 넘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꼽은 의약품 탑 15개에 도나네맙을 올렸다. 도나네맙은 13억4000만달러(약 1조7889억원)의 매출이 전망되며 4위에 올랐다. 레켐비도 10억2000만달러(약 1조3612억원)의 기대 매출로 8위를 기록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