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란드를 비롯해 동유럽 일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날 선 비난을 퍼부었다. 자국 경제난을 이유로 EU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회원국들이 나타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서방연대에 파열음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외신은 EU 회원국의 농림부 장관들이 25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농업위원회에 참석해 동유럽 5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는 등 EU의 무역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미로슬라프 스키바네크 농림부 차관은 "해당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빗장을 걸어 잠갔다. 체코 측은 이 같은 조치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폴란드와 헝가리 등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체코슬로바키아를 포함,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동유럽 10개국이 2004년 EU에 대거 가입했던 일을 언급하며 당시 EU 회원국들이 신규 가입국이었던 자신들에게 배려를 베풀었다고 설명했다. 미로슬라프 장관은 "구 회원국들은 우리가 그들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며 "이제는 다른 이들(우크라이나)이 우리의 시장을 두드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콜라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 또한 폴란드의 농산물 가격이 급락한 것은 우크라이나 탓이 아닌 브라질의 풍작으로 초래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과잉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 16일부터 수입 중단 조처를 내린 상황이다.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도 유사한 조처를 단행했으며 루마니아는 운송 감독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동유럽 시장에 대거 풀린 것은 지난해부터 EU가 우크라이나 곡물에 관세를 면제해서다. 또 EU는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돕고 치솟은 세계 식량 가격을 잠재우고자, 동유럽을 통한 곡물 우회 수출도 허용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조치로 자국 시장에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EU 측이 올해 6월 30일까지로 예정된 관세 면제 조처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유럽 5개국은 수입 중단 조치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EU는 사태를 긴급 진화하고자 해당 국가들에 1억유로(약 1457억원) 규모의 재정지원 패키지를 제안했다. 또 이들이 일방적인 수입 중단 조처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수입 중단을 조건으로 명시한 '예외적 세이프가드 조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동유럽 5개국이 제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요 외신은 동유럽 국가들은 밀과 옥수수 유채에 한정되지 않고 계란과 육류, 유제품에도 수입 중단 조치가 확대되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관계자는 주요 외신에 "몇몇 회원국 장관들이 개입해 5개국의 일방적인 조치를 비난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부담을 주지 않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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