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의 마지막 순간이 기록된 달력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지난해 9월 국내로 환수된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충무공 탄신일(28일)을 맞아 다음 달 28일까지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에서 전시한다고 25일 전했다.
대통력은 오늘날 달력에 해당하는 책력(冊曆·월일과 절기 등을 적은 책)이다.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어 농사 등에 유용하게 쓰였다. 형태는 다이어리와 비슷하다. 날짜 옆에 일정, 개인적 생각 등을 적었다.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에 오른 문신이자 '징비록'을 쓴 서애 류성룡(1542∼1607)이 경자년(1600)에 직접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근거는 류성룡의 연대기가 기록된 '서애선생연보(西厓先生年譜)'다. 문화재청 측은 "기재된 필적과 주로 언급되는 인물, 사건 등의 정보를 대조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책자에는 묵서(墨書)와 주서(朱書)로 경자년 203일의 날씨, 약속, 병의 증상과 처방 등이 적혀 있다. 언급된 인물은 190여 명에 달한다. 종이를 사용해 임시로 책을 매어둔 표지에는 위아래가 잘린 채 여든세 자가 기록돼 있다.
"이순신이 고금도(古今島)에 있을 때 내가 논핵을 받아 파직된 것을 듣고 (…) 크게 탄식하기를 '시국 일이 한결같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인가'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매번 배 안에 있을 때는 맑은 물을 떠 놓고 (…) 전쟁하는 날에 직접 시석(矢石)을 무릅쓰자, 부장(副將)들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만류하며 말하기를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듣지 않고)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하였다. 아!“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장에서 지휘하다 전사한 상황을 묘사했다고 파악된다. 문화재청 측은 "표지에 쓰인 종이는 '징비록'에 쓴 것과 유사한데 이 책은 이면지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며 "충무공 사망 당시 소회를 밝힌 글을 쓰고 이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에는 이 밖에도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강항(1567∼1618)이 포로 생활을 마치고 1600년 돌아온 일 등 당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여럿 담겨 있다. 술을 제조할 때 쌀을 어떻게 빚고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등의 방법도 적혀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탄신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오전 11시 열리는 다례(茶禮)에서는 현충사관리소장이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인 초헌관(初獻官)을 맡는다. 아헌관(亞獻官·두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으로는 충무공 후손을 대표해 이재영 씨가 나서며, 종헌관(終獻官·세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에는 시민 제관 이봉수 씨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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