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애플의 '갑질'을 집중 조명했다.
WSJ은 20일(현지시간) '애플이 부르면, 그것은 죽음의 키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소기업 임원·변호사 등을 인용해 "애플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하는 척하다가 결국 인력과 기술을 모두 가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혈액 산소 측정기를 만든 조 키아니 마시모 설립자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키아니는 당시 애플의 제안이 꿈만 같았고, 자신이 가진 기술이 애플워치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측이 만난 이후 애플은 마시모의 기술자와 최고 의료책임자 등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급여를 두배로 제안했다.
이후 2019년 애플은 마시모와 유사한 센서 특허를 출시했다. 이듬해에는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워치를 출시했다.
키아니는 "애플이 관심을 가질 때 그것은 죽음의 키스다"라며 "처음에는 흥분하겠지만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키아니는 애플에 당한 20여명의 임원, 발명가, 투자자, 변호사 중 한명에 불과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어 2013년 애플은 사람이 움직일 때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보유한 발렌셀과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발렌셀에 따르면, 애플은 여러 차례 기술 정보를 요구했고 몇 개월간 시제품도 테스트했다. 라이선스 가능성도 논의했다. 그러다 돌연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2015년 애플은 심장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애플워치를 출시했다.
발렌셀은 이듬해 애플을 상대로 4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애플은 특허심판 위원회에 이 4개의 특허 무효화 신청을 냈다. 추가로 이와 관련 없는 발렌셀의 다른 7개의 특허에도 추가 무효화 신청을 제기했다.
결국 애플과 법적 분쟁에 지친 이 회사는 2019년 애플과 합의했으나,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점은 애플이 먼저 전략적 제휴 등을 제안하고 기술 통합 논의가 진행되지만, 이후 대화는 중단되고 얼마 후 비슷한 기능을 추가한 애플 기기를 출시하는 패턴이다.
이에 더해 애플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비난한 회사들을 상대로 수백 개의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렌셀의 예처럼 한 개 특허에 대해 여러 개 소송을 제기하고, 관련 없는 특허에 대해서도 소송을 내며 법정 분쟁을 크게 키웠다.
실제로 지식재산권 조사 회사인 파텍시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특허 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은 애플이 가장 많았다고 WSJ은 전했다.
이 소송 1개에 드는 비용은 약 50만달러(6억5000만원)로,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에 대해 "우리는 기술을 훔치지 않고 타사의 지적 재산을 존중한다"며 "타사가 우리의 기술을 모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특허청장을 지낸 안드레이 이안쿠는 "현재 특허 시스템은 기존 대기업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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