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이어 미국에서도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에 대한 우울증 치료제 승인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등 많은 나라에서 마약류, 즉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비영리 학술 단체인 '환각제 연구를 위한 다학제 연합'(Multidisciplinary Association for Psychedelic Studies·MAPS)이 오는 10월 내 미 식품의약청(FDA)을 상대로 MDMA에 대한 우울증ㆍ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치료제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는 승인 여부에 대해 긍정적이다. 중독 증상 없이 불안장애나 극심한 스트레스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2021년 PTSD 환자 90명을 상대로 실시한 임상 3상 결과 MDMA를 투여받은 이들이 위약 처방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두 배가량 더 치료 효과가 높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현재 좀 더 큰 규모로 두 번째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며 역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임상 결과는 수개월 내 공개될 예정이다. 이 단체의 릭 돌빈 회장은 네이처에 "(임상 결과에) 골치 아픈 의문이나 다른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가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 정부가 지난 2월 엄격한 취급 규제를 조건으로 달면서 MDMA를 PTSD 치료제로 공식 승인한 것도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이 단체는 MDMA의 치료제 사용 허가가 날 경우 케타민이나 아야후아스카, LSD, 실로시빈 등 다양한 종류의 인공 화학 물질들의 의학적 활용에 문을 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7월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은 환각성 정신 질환 치료제 시장이 양성화될 경우 2028년까지 831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많은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선 FDA 승인 여부도 불투명하다. 예컨대 MDMA 치료제 합법화를 주장하는 MAPS 측은 자신들이 개발한 심리 치료법과 함께 MDMA를 복용해야 치료 효과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진행된 임상 실험도 두 명의 훈련된 치료사가 참여자를 엄격히 관리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FDA는 일반적으로 이같은 치료법을 승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즉 약물 자체의 효과 여부에만 주목한다는 얘기다. MDMA의 제조ㆍ유통ㆍ처방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냐 등도 문제다. MAPS의 임상 데이터에 기반해 MDMA를 승인하더라도 제약사들이 제조ㆍ유통에 들어갈 지도 의문이다. MDMA는 1912년부터 사용됐지만 특허 대상이 아니어서 제약사로서는 이문이 별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MDMA가 승인ㆍ판매되더라도 이후 남용ㆍ중독 등으로 사건ㆍ사고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각성 치료제 부정적 여론 고조 및 승인 취소 등 제도적 후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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