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긴축에도…美은행 자산 94%, 금리위험 무방비 노출

WSJ, 美은행 금리위험 헤지 분석 논문 소개
은행 25%, 작년 이자율 스와프 계약 줄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작년부터 고강도 긴축 스텝을 밟았지만 현지 은행들은 사실상 금리 리스크를 전혀 헤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금리인상에 대응해야 했지만 오히려 헤지 규모를 줄임으로써 금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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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통화긴축 기간 미국 은행의 부활을 위한 제한된 헤징과 도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했다.

이 논문이 미국 은행들의 재무 공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은행 자산의 6%에 대해서만 이자율 스와프 계약이 체결됐다. 은행의 자산·부채는 주로 채권으로 구성돼 금리 위험은 가장 중요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리스크로 꼽힌다. 은행들은 금리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이자율 스와프 등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대응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은행 자산이 금리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미국 은행 4곳 중 1곳은 Fed가 금리인상을 본격 단행한 지난해 이자율 스와프 계약 체결 규모를 오히려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2021년 말 증권 포트폴리오의 12%를 헤지했지만 2022년 말에는 헤지 비율이 0.4%로 급감했다. 에리카 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마셜비즈니스스쿨 교수를 포함한 논문 공저자 4명은 이는 마치 도박과 같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논문은 "은행들은 커다란 위험에 노출됐고 긍적적으로 보면 은행 주주들에겐 이익이 됐다"면서 "하지만 (SVB 사태에서 보듯) 손실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귀속됐다"고 꼬집었다. SVB가 사전에 금리 위험을 충분히 헤지했다면 예금 반환을 위해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미 국채를 매각할 필요가 없었고, 파산으로 이어져 FDIC가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놓을 일도 없었을 거란 지적이다.

WSJ는 "지난해 Fed의 통화긴축 기간 금리인상에 대응해 스스로를 보호한 미국 은행들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별도로 대비하지 않는 건 합리적인 대응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은행은 통상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를 올려 상당한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릴 때보다 오를 때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폭을 확대, 예대마진을 늘릴 여력이 커진다.


금융서비스 조사업체인 어거스 리서치의 스티븐 비가 이사는 "금리 상승기 은행의 수입 증가는 주식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손실을 자연스럽게 헤지한다"며 "많은 은행들이 (금리 위험을) 헤지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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