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9주기]"9년이 지나도 기억과 아픔은 여전합니다"

[팽목항·목포신항 가보니]

가족·지인들 모인 추모 발걸음 이어져

샛노란 리본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

"단지 슬픈 일이 아닌 심각한 일로 인식되기를…9년이 지나도 기억과 아픔은 여전합니다."


2023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그날’이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304명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304명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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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최근 매단 듯한 샛노란 리본이 눈에 띄었지만 철조망 곳곳은 지난 세월을 말해주는 듯 녹이 슬어 있었다. 리본들도 ‘노란색이었구나’라는 느낌만 들 정도로 빛이 바래 있었다.


점차 기억에서 희미해질 수 있는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흐린 날씨와 이곳의 거센 바람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은 2022년, 2021년, 2020년처럼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기억관’에 들른 추모객들은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기도 했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들고 있기도 했다.

이렇게 희생자 304명의 넋을 기린 이들은 새로운 리본을 달거나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보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모했다.


강진에 사는 김선남(58)씨는 매년 4월 16일이면 딸과 함께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와 방문객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봉사를 한다. 김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저 흘려 보낼 수 없다는 마음으로 팽목항을 찾았다”며 “희생당한 아이들이 얼마나 추웠을 지 우리는 계속해서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 보수되고 있어 추모객들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했다. 어린이청소년책 작가 연대는 이 기억의 벽에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에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초성으로 새겨 넣고 있었다.


초성에는 우리 모두 누구나 희생자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팽목항 '세월호 기억의 벽'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초성으로 채워넣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팽목항 '세월호 기억의 벽'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초성으로 채워넣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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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항만 입구에서 선체까지 이어진 철조망에는 새로 걸린 듯 보이는 샛노란 리본들이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리본에는 '좋은 곳으로 가세요',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더 또렷하게 기억되길', '아직도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추모객들은 옷에 노란 추모 배지를 달거나 노란색 옷을 입으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커다란 세월호를 가까이서 본 추모객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발걸음을 멈춰선 채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바다를 찾아 신난 모습이었던 한 아이는 부모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설명하자 자세를 다잡고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주말에 광주에서 신안 여행을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목포신항을 찾은 임수정(26)씨는 그동안 본인 삶에 치이며 사는 동안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잊고 살았다며 반성하기도 했다.


임씨는 "9년 전 세월호 참사가 있기 일주일 전에 수학여행을 다녀왔었고, 당시 학교 교실에서 뉴스를 보며 충격을 금치 못하며 절대 잊으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 "하지만 일에 치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세월호 참사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았었는데 이렇게 세월호를 직접 마주하니 다시금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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