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질이다. 그런데 장기간 토양에 누적되면서 '지질학적 광물'화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최근 중국에서 신종 '플라스틱 암석'이 사상 처음으로 발견됐다. 플라스틱과 암석이 단순히 섞여 있는 게 아니라 화학적으로 결합된 상태여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최근 중국 남부 광시 장족자치구 허츠 시의 한 개울에서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암석을 발견해 국제 학계에 보고했다. 이들은 지난 3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에 게재된 관련 논문에서 자연환경 속에서 암석과 플라스틱이 화학적 결합을 한 첫 번째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닐봉지용으로 흔히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이나 농업용 비닐(폴리에틸렌) 등이 개울 안팎의 토양에 누적됐다가 부식되면서 암석의 표면에 흡착된 것이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이 발견한 '플라스틱 돌'. 물리적으로 돌을 감싸게 된 플라스틱이 자외선,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표면의 규소와 원자적 수준에서 결합이 이뤄졌다. 사진출처=칭화대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연구팀은 이 암석을 발견한 후 분광기를 통해 분석했는데, 표면의 폴리에틸렌 필름의 탄소 원자들이 산소 원자들의 도움으로 암석 속에 있는 규소와 화학적으로 결합돼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허 데이이(Hou Deyi) 교수는 "이같은 원자간 결합은 태양에서 내리쬔 자외선이나 미생물의 대사 활동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폴리프로필렌 필름들이 (인위적인) 화학적 결합보다는 (자연적으로) 물리적 힘에 의해 돌에 달라붙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플라스틱 돌'들은 지구 지질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침식 과정을 거쳐 미세 플라스틱 오염원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들은 대기와 바다를 통해 원거리까지 퍼져나가 식물 조직에 침투하며, 물고기나 새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면서 누적된다. 최근 인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연구팀은 그들이 발견한 플라스틱 돌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확산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개울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개울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필름 조각을 노출시키고 관찰했다. 이 결과 쓰레기 매립지나 바닷물, 해양 퇴적물보다 훨씬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2020년 브라질에서도 플라스틱 병뚜껑ㆍ귀걸이 등 녹아 퇴적암과 결합돼 있는 암석이 발견돼 '안트로포퀴나스(anthropoquinas)'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새로운 종류의 지질학적 물질이라며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s)'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안트로포퀴나스를 연구해 온 거슨 페르난디노 브라질 리오그란데두술연방대 지구과학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플라스틱과 돌의 새로운 종류의 융합체가 발견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민물 환경에서 생성된 최초의 플라스틱-돌 복합체로 그동안엔 대부분 매립지나 해양ㆍ바닷가에서 (플라스틱과 돌 등 물질간 상호 작용에 대해) 연구됐었다. 지질학적 과정과 플라스틱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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