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업체 타이거일렉 이 글로벌 유수 기업과 공급 계약을 했다. 대상은 미국의 폼팩터(FormFactor)와 인텔(Intel), 유럽의 테크노프로브(Technoprobe) 등 3사다. 특히 폼팩터와 테크노프로브와의 공급 계약은 국내 업계 최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이거일렉이 최근 글로벌 3사와 공급 계약을 하고 제품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은 상황으로, 이르면 이달 중 제품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타이거일렉은 한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4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 공장에서 주문받은 물량을 모두 생산할 예정이며, 일부 부족한 물량은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규모는 업체마다 계약 첫해인 올해 30억원가량으로, 총 100억원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PCB는 납기가 짧은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 생산 중으로, 한 달 이내에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첫해에는 100억원의 매출 증가가 기대되며, 3사와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공급량 증가가 기대돼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타이거일렉의 이번 글로벌 3사와의 공급 계약은 국내 PCB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PCB는 IT 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품이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PCB 업계는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선도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PCB 시장을 이끄는 업체는 미국의 하버, 일본의 후지쯔와 히타치가 있다. 선도 PCB 업계의 특징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각 PCB 업체에 맞춤형 설계를 제공하고 맞춤형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 경우 높은 마진을 영위하며 안정적 매출을 올린다.
한국 PCB 업계는 IT 산업의 기초에 해당하는 PCB에 대한 투자가 적어 미국, 일본, 대만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각 IT 기업이 PCB에 대한 선제적 수주 및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 PCB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LG이노텍, 삼성전기, 심텍, 대덕전자 등이 서둘러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다.
특히 하버가 중국에 인수되면서 미국 등에서 일본 기업에 추가 물량을 요구했으나, 생산능력이 부족해 기회가 한국 기업에 돌아갔다. 특히 타이거일렉은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하면서 선도 제품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눈여겨본 글로벌 IT 기업들이 타이거일렉에 러브콜을 보내 제품 생산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테크노프로브는 비메모리 테스트 솔루션 분야 글로벌 최고 기업이며, 비메모리 산업에 특화된 업체다. 타이거일렉은 이 업체로부터 맞춤형 설계를 받아 제품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폼팩터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테스트 솔루션의 미국 내 최대 기업이며, 그동안 미국·대만·일본 외 PCB는 사용하지 않았다. 타이거일렉이 올해 퀄(qualification)을 통과하면서 수주에 성공, 본격적으로 제품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업계에 공급하며 타이거일렉은 국내 메모리 업계의 불황과는 관계없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예상 매출액은 700억원 정도다. 지난해 약 6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고난도 제품 제작 공급이 이뤄진 만큼 높은 마진 확보도 기대됨에 따라 앞으로 영업이익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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