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G]물가보다 침체에 더 민감한 증시

코스피 5거래일만에 하락세
코스닥 이틀째 약세

코스피가 닷새 만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가 증시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증시는 물가보다는 경기 침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 닷새만에 하락세

13일 오전 10시15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7포인트(0.05%) 내린 2549.27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은 2.04포인트(0.23%) 하락한 888.58을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하락 출발 후 하락폭이 다소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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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이같은 약세는 전일 미국 증시가 하락한 영향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11%, S&P500지수는 0.41%, 나스닥지수는 0.85% 각각 하락 마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CPI가 전년 대비 5% 상승에 그치자 상승 출발했으나 근원 CPI는 여전히 견고한데다 일부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자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는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6% 상승폭에서 크게 둔화한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5.1%)도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월간 CPI가 5%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5.4%) 이후 처음이다. 또한 이는 2021년 5월(5.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6% 상승해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CPI의 전년 대비 상승폭이 약 2년만에 처음으로 헤드라인 CPI 상승폭을 상회했다.


시장은 둔화된 물가 상승 압력에 안도했지만 FOMC 의사록 공개에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3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은행 부문의 잠재적인 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올해 말부터 완만한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약 2년에 걸쳐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번 은행 위기 이후 여진 등을 고려해 하반기에 얕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식적인 전망을 내놨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을 유발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물론 지난 3월 FOMC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제시했다는 점은 경기 둔화 혹은 침체 가능성을 일정부분 예고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의사록을 통해 침체를 언급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러나 금리에 비해 증시가 특히 경기 침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견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두 이벤트를 거치는 동안 달러, 금리, 주가의 움직임이 특징적이었는데 달러는 일관된 약세를 보였고 금리는 하락은 했지만 그 폭을 줄였으나 주가는 상승 출발 후 의사록 발표 이후 하락폭을 확대했다"면서 "Fed의 표현상 달러와 금리는 '얕은, 완만한(Mild)에 초점을 맞췄고 주가는 '침체(Recession)'에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증시는 물가보다 경기침체에 더 주목

향후 증시는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침체에 더 민감하게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연구원은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증시 민감도는 감소해가는 반면 경기 둔화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는 시기로 이행할 것"이라며 "지수 하방 경직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판단은 유효하나 중간중간 실물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경기침체 강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시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킬 수 있음에 대비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경제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시장은 악재로 받아들이는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에는 경제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Fed의 긴축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표 악재가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해왔다. 한 연구원은 "이미 증시에서는 침체를 주가에 반영해나갔던 측면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침체의 강도를 놓고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상승기+Fed 긴축 사이클 초~중반부'를 거치면서 지표 악재가 증시 호재로 작용하는 국면이었다면 이제는 '인플레이션 하락기+Fed 긴축 사이클 종반부'에 들어선 만큼 지표 악재가 증시 악재로 작용하는 국면을 베이스 경로로 상정해서 증시 대응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이벤트 결과를 소화하며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원은 "CPI 결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안도감, 침체를 예상한 FOMC 의사록 부담 등 대외 이벤트와 옵션 만기일에 따른 외국인의 현·선물 수급 변화 등 대내 이벤트를 소화해가면서 장중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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