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못해도, 훈련에 녹초가 돼도 웃음만 나온다.
‘프로 골퍼 부부’ 함정우의 이야기다. 함정우는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부부 골퍼에서 아빠 골퍼가 됐다"면서 "아기를 보고만 있어도 힘이 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2세가 생기니까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함정우는 지난해 3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1994년생 동갑내기 강예린과 결혼했다. 6년 교제 끝에 ‘골프 부부’로 주목을 받았다. 부부가 동시에 국내 프로골프 1부 투어를 뛴 기록은 없다. 함정우는 지난달 공주님을 얻었다. 이름은 함소율이다. 함정우는 "엄마와 아빠를 골고루 닮은 것 같다"면서 "잠을 못 자게 해도 너무 예쁘다"고 딸 자랑을 했다. 그는 "그동안 저와 부모님을 위해 운동했다면 이젠 아내와 딸까지 생각해야 한다. 가장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면서 "딸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돈도 더 벌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함정우는 2013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18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2019년 SK텔레콤오픈과 2021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2승째를 수확한 정상급 골퍼다.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8월 바디프랜드 팬텀로보 군산CC 오픈과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6차례 ‘톱 10’에 입상해 상금 11위(4억362만원), 제네시스 포인트 4위(4632점)로 선전했다.
함정우는 골프 선수 출신인 강예린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아내를 중학교 2학년 때 연습 그린에서 처음으로 만나 부부가 됐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친 강예린은 2014년 신인으로 상금랭킹 23위(1억7900만원)에 올랐다. 정규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뛰었고, 2020년엔 시드전을 2위로 통과했다. 지난해는 9월까지만 1부투어를 소화한 뒤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함정우는 "대회를 뛰다 보면 외롭고 힘들다. 와이프는 귀찮게 하지 않고 배려를 해준다"며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다퉜을 수도 있다. 선수 감정을 잘 이해해줘 항상 고맙다"고 했다. 아내의 필드 복귀 시점에 대해선 "와이프는 출산 이후 건강하다. 언제 복귀할지는 고민"이라면서 "지금으로선 아기가 어릴 때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선 강예린이 ‘큰 역할’을 했다. 아내가 쓰던 퍼터를 들고 가 우승을 한 것이다. 함정우는 "와이프의 퍼터가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면서 "와이프가 ‘이거 들고 나가봐’라고 해 우승까지 했다"고 공개했다. 이 대회 우승 이후 다음 경기인 제네시스 챔피언십까지 아내의 퍼터를 사용했다. 이 대회에서도 4위로 선전했다. 함정우는 "퍼터에 정답은 없다. 무게와 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냥 원한대로 쳐서 들어가는 것이 베스트"라고 강조했다.
함정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골프 연습장에서 클럽을 잡았다. 부모님은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선수가 되는 것을 처음엔 반대했다. 함정우에겐 충남 천안시가 ‘은인’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골프 선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천안시의 도움을 받았다. 유망주 선수들이 천안 우정힐스에서 무료로 연습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금의 함정우를 있게 한 발판이다.
함정우는 고향인 천안 사랑이 남다르다. 지난 1월엔 천안시가 새롭게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했다. 지역 출신 운동선수로는 처음으로 연간 한도액인 500만원을 기부했다. 함정우는 "천안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탰다"며 "앞으론 다양한 방법으로 고향 사랑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함정우는 결혼도 천안의 한 웨딩홀에서 했다.
함정우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 등을 잘한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다. "20야드 거리에선 언제든지 붙일 수 있다"고 했다. 함정우는 겸손한 스타일이다. 그는 "강점도 없고, 약점도 없는 선수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함정우는 태국에서 지난해 12월 초부터 1월 말까지 전지 훈련을 했다. 드라이버 비거리 늘리기에 힘을 썼고, 부상 방지를 위한 운동도 많이 했다.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퍼팅 연습도 계속했다.
함정우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우승 트로피가 부족하다’, ‘뒷심이 약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함정우는 "우승 경쟁을 한다는 것은 톱 레벨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승은 없어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함정우는 올해 신바람을 내겠다는 자세다. 그는 "굉장히 설레고 동기부여도 강해진 시즌"이라면서 "딸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고 웃었다. 함정우는 "이번 시즌은 다승을 하고 싶다"며 "2023년을 함정우의 해로 만들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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