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로 불리는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인물이 남편이라면, 부인이라면 배우자는 어떤 기분일까. 본인이 국민의 대표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의 시선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배우자라면 가는 곳보다 시선이 집중되지 않겠는가. 이른바 ‘어깨 뽕’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 엄마 또는 아빠가 국회의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녀 본인은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언제나 ○○○ 의원의 자녀라는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엄마도, 아빠도 모두 국회의원이라면 마음의 부담은 더 커지지 않을까.
한국 정치에서 부부 국회의원은 여러 명 탄생했다. 배우자가 남편 또는 부인과 시기를 달리해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동시에 국회의원 생활을 했던 경우도 있다.
2004년 제17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열린우리당 최규성 전 의원 그리고 이경숙 전 의원의 사례다. 최규성 전 의원은 전북 김제·완주 지역에서 3선 고지를 밟았던 중진 의원이다.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51.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고,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냈다.
남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2004년 4월15일, 동시에 부인도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경숙 전 의원은 제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의원이 됐다. 시민운동과 여성운동 경험이 많았던 그는 열린우리당 공동의장을 지내는 등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남편과 부인이 동시에 당선되면서 제17대 국회에서는 부부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함께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남편은 제18대 총선에서도 전북 김제·완주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부인은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구을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39.7%의 득표율에 머물면서 낙선했다. 부부 국회의원 생활은 제17대 국회로 마무리됐다.
동시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시기에 국회의원으로 생활한 이는 또 있다.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과 부인 현경자 전 의원이다.
박철언 전 의원은 제13대, 제14대, 제15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중진 의원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정무장관을 지내는 등 실세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부인인 현경자 전 의원은 박철언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해 당선된 인물이다. 제14대 국회의원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이 의원직을 잃게 되자 바로 그 지역에서 열린 재·보궐선거에 부인이 출마해 당선되면서 대구 수성구갑 지역구를 사수하게 됐다. 박철언 전 의원과 현경자 전 의원은 동시는 아니지만, 제14대 국회의원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배우자의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故) 김근태 전 의원과 인재근 의원 사례다. 김근태 전 의원은 재야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원한 민주주의자로 불렸던 그는 1996년, 2000년, 2004년까지 서울 도봉구갑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통합민주당이 참패를 거뒀던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들은 서울에서 줄줄이 패배를 이어갔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정치인 김근태의 낙선이었다.
“그래도 김근태 의원은 당선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통합민주당 지지자들은 당시 선거 결과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정치인 김근태는 2012년 제19대 총선에 국회에 재입성하고자 노력했지만, 2011년 12월30일 향년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부인 인재근 의원이 서울 도봉구갑 지역구에 나섰고, 2012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2016년 총선, 2020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내리 3선을 기록했다.
인재근 의원은 1987년 남편과 함께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하는 등 정치 입문 전부터 재야 운동에서 유명 인사였다.
내년 4월10일로 예정된 제22대 총선에서 또 한 명의 부부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최규성-이경숙 전 의원 사례와 같은 동시 국회의원이 탄생하기는 어렵겠지만, 남편 지역구 또는 부인 지역구를 물려받아 배우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사례는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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