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정치"…닻 오른 선거제 개편, 전원위 첫날 난상토론

국회 10일부터 나흘간 전원위원회 개최
"선거제 개편 적기" 여야 공감대
'중대선거구제 도입, 비례제 확대 여부' 쟁점

국회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두고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소집,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한 국회의원 300명의 총의를 모으고 나섰다. 전원위는 오는 13일까지 총 4차례의 토론을 통해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도출하게 된다.


전원위 첫날 여야 의원들은 현 선거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공감대를 이뤘지만, 선거제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전원위에 올린 개편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정개특위는 국회의원 정수 300명 유지를 전제로 이같이 의결했는데,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정수 축소'를 언급하면서 교집합을 찾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흘간 개최돼 여야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원위 개최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20년 만이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흘간 개최돼 여야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원위 개최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20년 만이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

이날 첫 발언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현 국내 정치 상황을 "전국민 무대표 상태, 정치 실종의 상태"라고 짚었다. 일찍부터 유권자 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대선거구제'로 선거구 개편을 주장해온 이 의원은 "국회의원 300명 중 내 처지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다"며 "(상대방을 못 찍게 하면 선거에서 이기는)반사이익 구조에서 우리 정치는 국민 삶을 지키는 데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의 말에 조롱하고 반문하고 모욕 주면 끝, 고소·고발하고 체포동의안 내고 악마화하면 그만"이라면서 "대안 경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지역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면서 선거제 개편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어 나선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국민의 표심 민심과 국회 의석의 극단적 결의 현상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핵심은 수도권에서 극단적 왜곡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여당 간사이기도 한 최 의원은 수도권에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되,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식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한 바 있다. 이날도 최 의원은 "수도권 득표율이 12%포인트였는데 이 격차가 의석수는 1당 103석, 2당 17석으로 무려 6배의 격차를 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의석 수와 정당 득표율 격차가 6배까지 벌어진 경우는 없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하게 되면 아마도 수도권은 130석을 넘고 비수도권은 120석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 의원 외에도 이날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에 무게를 실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이번 전원위 논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해와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양당 독점 대결 속에서 정치 불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타협 정치 문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 50만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하고, 농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도입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확대 여부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했다. 소선거구제에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발의한 김 의원은 당초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220명, 110명)로 해야 '비례성'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고 비례대표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도 언급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정수 확대에 반발해 이는 무산된 상태다. 이날도 김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한 6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있는 소선거구제 위주의 이 제도로는 대량 사표 막을 수 없다"며 "비례대표 확대를 전제로 권역별로 비례대표제를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하는 중복 출마제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의당은 현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꼬집는 한편 양당 체제를 깨기 위한 방향으로서의 선거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선 없이 제3의 정치세력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며 "단 한 표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표심이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21대 총선 당시 2030 유권자 비율은 31.4%였지만 현재 청년 국회의원의 수는 13명, 단 4.3%에 불과하다"면서 "(반면)법조인 출신 의원은 46명이나 된다. 정치로 풀어야 할 쟁점들을 걸핏하면 법원,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정치의 사법화와 그에 뒤따른 사법의 정치화가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심 의원은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최대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국가적 난제와 세계적 도전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다당제 협력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다양한 해법을 가진 여러 정당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다면 그게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 정의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100% 반영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최선이라고 보지만, 현행제도보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아진다면 그 어떤 제도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1차 토론에서 민주당 15명, 국민의힘 11명, 비교섭단체 2명 등 28명의 의원이 발언한 데에 이어 11일에는 28명, 12일에는 24명,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20명이 발언할 예정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