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하루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7일 자신의 재임 10년 성과로 '디플레이션 탈피'를 꼽으면서 물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이날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2차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월 취임한 그는 일본 역대 최장인 10년간 중앙은행 총재로 재임하면서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해 추진해왔다.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그는 거품 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물가 상승률 2% 목표를 내걸고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로 디플레이션 탈피에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으나,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로 3∼4%에 달하는 고물가 대응과 일본은행의 국채 과도 보유 등 부작용도 두드러졌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0년간 자신이 추진한 금융완화 정책을 돌아보며 "물가가 지속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이제) 아니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현재 임금이 오르기 쉬운 상황이 되는 등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진 점을 성과로 내세웠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 등 비전통적인 금융정책에 대해 시장이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는 점에 대해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당초 2년 만에 달성을 목표로 한 "2% 물가 안정 목표의 안정적인 실현에는 이르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로 "디플레이션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퇴임 후 행보에 대해 "78세인 만큼 풀타임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가능하다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후임인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9일 취임한다.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금융완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고물가와 장기금리 왜곡 등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서서히 대규모 금융완화의 출구 전략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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