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러 턱밑까지 확장한 나토…화약고로 떠오른 '발트해'

핀란드 나토가입에 완충지대 사라져
발트해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 상승

지난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 핀란드 국기가 게양되고 있다. 핀란드는 이날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승인됐다. 브뤼셀=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 핀란드 국기가 게양되고 있다. 핀란드는 이날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승인됐다. 브뤼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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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오랜 기다림 끝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되면서 유럽 지역의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중심부와 인접한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되고, 옆나라 스웨덴까지 오는 7월 가입이 예상되면서 러시아는 유럽에서 완전히 고립될 상황에 처하게 됐죠.


유럽연합(EU) 및 서방국가들은 그동안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핀란드가 75년만에 중립을 깨고 나토의 품안에 들어간 것은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것이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냉전시기 이후 30년 이상 이어지던 평화를 깨트리고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나토가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반대로 러시아는 냉전시기 옛 소련과의 약조를 저버리고 동구권 확장을 이어오던 나토가 결국 러시아 중심부의 턱밑인 핀란드까지 진출했다며 서방국가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나토 국가들에게 포위된 러시아의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를 비롯해 발트해 지역이 새로운 분쟁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서방과 러시아간 대치는 더욱 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핀란드 나토 가입에 반발하는 러…핵위협 본격화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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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특히나 인접국 핀란드의 가입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접국이자 사실상 위성국가인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핵위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는데요.


앞서 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핀란드의 나토가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상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보냈다"며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고 전투기에 배치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크렘린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현 상황의 악화라고 본다"며 "나토의 확장은 우리 안보와 러시아의 국익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우리에게 전술적·전략적 측면에서 대응책을 강구하도록 강요한다"고 경고했죠.

러시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핀란드가 러시아의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바로 인접한 이웃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나토의 미사일기지라도 설치되면 수도 모스크바까지 모두 사거리에 들어오는만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죠. 이로인해 핀란드 또한 2차대전 이후 75년간 중립을 유지하며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였는데요.


핀란드의 중립이 깨지면서 러시아는 서방과의 외교, 교역로도 대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오는 7월 스웨덴도 나토에 가입하게 될 경우 러시아는 유럽으로 나아가는 주요 수출입항구가 집결한 발트해 지역에서 완전히 고립되는데요.


러시아의 역외영토 지역인 칼리닌그라드 일대도 나토 국가들에 의해 완전히 포위됩니다. 이 지역은 러시아가 현재 보유한 공식 영토 중 유일한 부동항으로 발트함대가 주둔해있고, 각종 미사일기지가 배치돼있는 등 군사적 요충지입니다. 최근 이 지역에서 러시아 연방 탈퇴 및 독일로의 합병을 추진하는 주민투표 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죠.


새로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의 군사력도 러시아 입장에서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핀란드는 정예 상비군 3만명, 예비군 25만명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독일과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4개국의 포병 전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한 포병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발트해 일대 위치한 나토 가맹국들의 군사적 연대가 강화되면 우크라이나 전선에 상당 전력이 나가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군사적 부담감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웨덴 7월 가입 성사가 관건…러 총력저지 나설 듯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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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따라 오는 7월까지 가입성사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기 위한 러시아의 총력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웨덴은 원래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가 비준을 반대하면서 이번에 가입 승인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는데요.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자국과 대치 중인 쿠르드족 무장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인준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헝가리는 스웨덴이 자국의 정치형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죠. 하지만 두 나라가 가입 반대 이유로 내건 명분은 충분히 스웨덴과의 협상을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오히려 러시아가 배후에서 두 나라를 움직였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스웨덴마저 중립정책을 철폐하고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자칫 발트해 봉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되거나,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이 심해질 때마다 나토가 발트해 봉쇄를 압박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전비마련의 대부분을 석유수출대금에서 얻고 있고, 현재 주요 석유수출국인 중국과 인도로 향하는 석유는 대부분 발트해에서 선적돼 이동합니다. 우크라이나와 격전지대가 된 흑해지역은 유조선 운행 자체가 불안하고, 극동지역 항구는 주요 석유 생산지대와 너무 멀리 떨어져있죠.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러시아가 계속해서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친러정권을 움직여 스웨덴의 나토가입을 끝까지 방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발트해가 유럽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신냉전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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