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이 정식 승인을 앞두면서 알뜰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면서 고객 선점에 속도를 낸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KB리브엠을 정식 서비스로 승인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4일 금융위 산하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본회의에서 알뜰폰을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하는 건을 의결했다.
KB리브엠은 오는 16일 알뜰폰 규제샌드박스 사업 특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종 관문이 남았지만, 혁신위를 무난하게 통과한 만큼 통신 업계에서는 최종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리브엠이 정식 승인을 받으면 곧이어 다른 은행들도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토스도 '토스모바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알뜰폰 제휴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점이 크다. 정부는 통신 3사 독과점 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알뜰폰을 도입했으나, 알뜰폰 시장에서도 여전히 통신 3사 자회사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본과 경쟁력을 갖춘 금융권 사업자들이 들어오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금융권 사업자들은 기존 통신 사업자들처럼 알뜰폰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알뜰폰을 이용해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력도 갖췄다. 알뜰폰 판매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본업에 보탬이 되기 위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하거나, 과도한 경품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실제로 KB리브엠은 지난해 도매대가(원가 약 3만3000원)보다 저렴한 요금제(청년희망 LTE 11GB+ 등)를 판매해 알뜰폰 업계의 원성을 샀다.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한다면 통신 3사 자회사에 적용하듯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를 금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중소 사업자를 중심으로 금융위와 5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입장을 전달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은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 알뜰폰에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제한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융권의 시장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사업자들은 고객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SKT 망 이용 알뜰폰 사업자를 지원하는 MVNO(알뜰폰) 영업팀을 신설했다. KT는 알뜰폰 고객 혜택을 위한 제휴카드를 출시했고, KT엠모바일은 2년간 매달 최대 150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는 '데이득'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데이터 50GB 또는 150GB를 25개월간 매월 추가 제공하는 '데이터프리덤'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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