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만들어준 기회…반도체 새 불씨 살아난다

③'노다지' AI시장 열리기 전부터 준비
서버용 CPU 시장도 확대…기회 선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는 챗GPT 등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에 들어가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 속도를 높여왔다. 오픈AI의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세계 1위 CPU 기업 미국 인텔이 새로운 CPU 프로세서를 공개하면서 AI, CPU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AI, CPU 제조업체들은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고효율 메모리 반도체를 찾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인텔과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업 엔비디아, AMD 등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한다. 연산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제품(HBM-PIM),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저전력 반도체(DDR5 D램), 메모리 용량 및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강화하는 인터페이스(CXL) 등을 개발했다.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 제품 개발 소식은 작년 초부터 나왔다. 서버용 CPU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인텔이 작년 상반기 신규 서버용 CPU 브랜드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4세대 모델(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D램 규격인 DDR5 제품을 지원하는 CPU다. 지난 1월 사파이어 래피즈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DR5 D램 반도체를 양산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인텔은 2025년까지 사파이어 래피즈 후속 제품 4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공개될 '그래나이트 래피즈'는 DDR5 기반 MCR DIMM 8800을 지원하는 첫 서버용 CPU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MCR DIMM 8800은 기존 DDR5 제품 데이터 처리 속도 초당 4.8Gb보다 속도가 80% 빠르다. 작년 말 SK하이닉스가 DDR5 MCR DIMM 샘플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반도체 업계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9일 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버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차세대 규격 제품인 DDR5 D램 수요가 굉장히 '타이트'하다"고 했다. 타이트하다는 말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재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제품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때 쓰는 표현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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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용 CPU 시장과 함께 생성형 AI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의 2023 회계연도 2분기(작년 12월~2월) 영업손실이 23억달러(약 3조100억원)라고 발표한 날 주가가 오히려 7.2% 급등한 이유도 AI 덕분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에서 "AI 서버엔 일반 서버 8배에 달하는 D램과 최대 3배 수준의 낸드플래시가 들어간다"며 "AI가 데이터센터 수요 성장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AI 데이터 처리에 주로 쓰이는 GPU에는 HBM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 만드는 제품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총에서 HBM 반도체 납품 가격이 200달러(약 26만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범용 PC용 D램(1.81달러)보다 단가가 108배 높다.


SK하이닉스는 GPU 세계 1위 업체 엔비디아에, 삼성전자는 2위 AMD에 HBM-PIM 제품을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6월부터 자사 HBM3 제품을 엔비디아 GPU 제품 H100에 공급하고 있다. HBM 반도체 기술 수준은 세계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도 작년 10월 HBM-PIM 메모리 반도체를 AMD GPU 가속기 카드에 공급하고 있다. PIM 반도체는 기존 D램처럼 데이터 저장만 하는 게 아니라 연산까지 수행하는 부품이다. 고성능 AI 데이터 출력 속도를 극대화한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를 자체 생산하는 네이버와 함께 반도체 솔루션 생태계를 확장하는 중이다.


네이버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엔 정보를 학습하는 인간 뇌의 시냅스 역할을 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가 2040억개 들어 있다. 워낙 매개변수가 많아서 학습 과정에 많은 데이터가 든다. 메모리 반도체가 데이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속도가 느려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하이퍼클로바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만들어 병목 현상을 줄일 계획이다. 양사는 작년 12월 업무협약을 맺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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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뿐 아니라 인터페이스 분야에서도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했고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 DDR5 D램 기반 CXL 메모리 샘플을 만들었다. 양사가 CXL 기술 주도권을 잡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CXL은 메모리 반도체, GPU, AI 가속기 등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XL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라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이겨야 하는 분야"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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